오사마 빈 라덴
알자지라, 오사마 차남 압둘과 인터뷰
‘이란과 알카에다 관련설’에 힘 실릴듯
‘이란과 알카에다 관련설’에 힘 실릴듯
2001년 9·11테러를 기획한 오사마 빈 라덴(사진)의 자녀들이 이미 1997년부터 12년째 이란에 억류돼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실이라면, 이란이 자녀들을 매개로 빈 라덴과 어떤 형태로든 상호 관계를 맺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서방 쪽은 그동안 이란이 알카에다를 지원 또는 배후조종 해오고 있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오사마 빈 라덴의 둘째 아들인 압둘 빈 라덴은 아랍위성방송 <알자지라> 인터넷판이 21일 보도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여동생 에만과 다섯 명의 형제들, 그리고 의붓어머니 한 명이 지난 1997년부터 테헤란에 억류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에만이 몇 주 전 이란 당국이 6개월마다 한 번씩 허용하는 쇼핑 때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테헤란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으로 피신해 머물고 있다며, 한 달 전께 여동생을 만나보기 전까지는 가족들이 살아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오사마 빈 라덴의 넷째 아들 오마르는 세계 언론에 곧잘 등장했으나, 다른 자녀들의 행방이 언급된 것은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의 범아랍 일간 <아샤르크 알아우사트>의 칼럼니스트인 후세인 쇼보크시는 “이란이 오사마의 가족을 억류해 왔다는 것은 이란이 알카에다의 작전에 개입할 수 있다는 그간의 보도와 부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사마 빈 라덴의 자녀들은 한 때 알카에다 조직에서 핵심인물 구실을 했으며, 이라크·예멘·소말리아 등지에서 알카에다와 협력해왔다”고도 했다.
그러나 <알자지라>는 이 보도에서 이란이 빈 라덴 자녀들을 왜 억류했는지, 그리고 이들을 매개로 실제 빈 라덴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이 보도에 대해 아직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란은 이슬람 소수파인 시아파 국가로서 철저한 반미 자주노선의 공화국이며, 사우디는 이슬람의 본산인 메카와 메디나가 있는 수니파 종주국이자 친미 왕정국가다. 오사마 빈 라덴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대부호이자 명문가 출신이다. 이란과 사우디가 오사마 자녀들의 석방 문제를 놓고 접촉을 벌였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압둘은 “내 형제자매들은 무고하며 아버지에 대한 세간의 (테러범) 논란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이란 당국에 가족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그는 또 사우디 정부에도 여동생이 이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오사마 빈 라덴은 4명의 부인 사이에 20명 안팎의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자지라>는 압둘과 이란에 억류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그의 형제자매들은 모두 오사마 빈 라덴과 첫째 부인 나즈와 가넴 사이에서 난 자녀들이라고 설명했으나, 형제들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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