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혁명 주역 몬타제리…반정부시위 가능성 촉각
이란의 그랜드 아야톨라(시아파 이슬람의 최고위 성직자)이자 개혁파 세력의 정신적 지주인 호세인 알리 몬타제리(87·사진)가 19일 숨졌다.
이란 관영 <이르나>(IRNA) 통신 등은 이날 오랫동안 병을 앓아온 몬타제리가 테헤란 남부 콤의 자택에서 잠을 자다가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몬타제리는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의 주역이지만, 초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강경노선을 비판하다가 89년 실각한 뒤 정치 전면에서 사라졌다. 또 그는 호메이니를 이어 최고지도자에 오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이란을 통치할 자격이 못 된다고 발언한 직후인 97년 가택연금에 처해졌다.
그는 이슬람 공화국 체제의 결함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정권의 도발이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로 이어져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켰다고 비판해왔다. 몬타제리는 현재 이란의 강경보수 노선을 이끌고 있는 아야톨라 하메네이에게 이슬람 신학을 지도한 스승이기도 하지만, 20년 동안 반체제 인사로 간주돼왔다. 몬타제리의 사망은 현재 이란에서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대통령 아마디네자드의 강경보수적 신정일치 통치를 견제할 만한 가장 권위있는 인물이 사라졌다는 것을 뜻한다. 이란 국영방송 <프레스 티브이>는 몬타제리가 숨진 다음날인 20일 그의 사망 사실과 일생을 아무런 논평 없이 짤막하게 보도하는 데 그쳤다.
몬타제리는 오랜 정치적 고립과 10년이 넘는 가택연금에도 불구하고, 이란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개혁파의 정신적 지도자 구실을 해왔다. 특히 지난 6월 이란 대선 부정 논란이 벌어진 뒤 아마디네자드 정권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다른 성직자의 동참을 호소하면서, 이란 개혁파의 강력한 지지자로 위상을 확인했다.
이란 정부는 개혁파 세력이 몬타제리의 사망을 계기로 다시 한번 대중적인 반정부 시위를 벌일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몬타제리의 장례식은 21일 콤에서 열릴 예정이지만 외신들의 장례식 취재는 금지됐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이란 의회 개혁파 의원들의 인터넷 웹사이트인 ‘팔레만뉴스’는 이날 “수천명의 지지자들이 몬타제리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스파한, 나자파바드, 시라즈 등 이란 전역에서 콤으로 모여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공안당국은 콤 시내 곳곳에 폭동 진압 경찰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김순배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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