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학생의 날인 7일 마스크를 쓴 반정부 시위대가 테헤란 중심부에서 승리의 V자를 그려보이고 있다. 이란 당국은 9일까지 모든 외국 언론의 시위 취재를 금지하는 한편, 인터넷 검열도 강화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이란의 반정부 시위대가 7일 경찰과 충돌했다. 개혁파 지지자들과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이란 시민들은 이날 ‘학생의 날’을 맞아 테헤란 시내 주요 광장에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정부에 반대하는 기습시위를 벌였다고 주요 외신들이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경찰은 진압봉과 최루탄을 사용해 시위를 진압했으며, 이 과정에서 최소 2명의 여성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당국은 7~9일까지 모든 외국 언론의 시위 취재를 금지하고 인터넷 검열을 강화한 상태다. 정부의 허가로 학생의 날 추모식이 열린 테헤란대학교는 이란의 정예 혁명수비대와 경찰 병력 수백명이 겹겹이 에워싸고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이란 당국이 시위 예상 지역으로 지목한 곳에선 휴대폰 통신도 끊긴 상태라고 전했다.
이란 ‘학생의 날’은 1953년 12월7일 이란의 군부 쿠데타에 항거하다가 숨진 학생들을 기념하는 날이다. 당시 팔레비 왕조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모하메드 모사데크 정권을 친위쿠데타로 전복시켰으며, 미국 중앙정보국은 배후에서 이를 조종했다.
‘이란의 녹색대학생들’이라고 밝힌 아미르카비르대 학생들은 “모든 이란 시민이 현 정부의 (선거)쿠데타에 저항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대학교들로 모이자”는 온라인 성명을 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녹색은 지난 6월 대선 당시 개혁파 후보였던 호세인 무사비 전 대통령의 상징색이다.
무사비는 아직까지는 공식적으로 시위를 촉구하지 않고 있으나 “16번째 학생의 날을 진압한다면 17회, 18회 학생의 날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말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질 것임을 내비쳤다. 앞서 6일 저녁에는 테헤란에서 거의 석달 만에 시민들이 옥상에 올라가 “알라후 악바르”(신은 위대하시다)를 외치는 지붕시위가 재연됐다.
이란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한 것은 미국 대사관 점거 30돌 기념일이었던 지난달 4일 이후 한달여 만이다. 이란 개혁파는 지난 6월 대통령 선거가 부정선거였다며 한 달 가까이 격렬한 시위를 벌인 바 있다. 그러나 당국의 강경진압으로 유혈사태가 빚어지고,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아마디네자드의 재선을 추인하면서 겉으로는 급속히 동력을 잃어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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