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선시위 두달간 115명 형장 이슬…“반체제 협박용” 분석
이란 당국이 사형제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란에서 잇따르고 있는 사형 판결과 집행이 정치적 반대파를 협박하고 민족갈등을 억누르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이란에선 지난 6월 대통령 선거 부정시비와 격렬한 항의시위가 이어진 시기부터 재선이 확정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취임한 8월까지 두 달 사이에 무려 115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국제앰네스티가 이란 관영 소식통들의 보도를 집계한 것에 따르면, 이란에선 올해 들어 지금까지 359건의 사형이 집행됐다. 그 중 32%가 지난 여름 대선 시위 기간에 집중된 것이다.
이란의 사형집행은 특히 아마디네자드 정부 들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디네자드 집권 1기 첫 해인 2005년 86건이었던 사형 집행이 지난해에는 346건으로 3년새 4배나 늘었다. 이란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사형을 집행하는 국가라는 불명예도 따라 붙었다. 사형수 대부분은 살인, 마약 밀매, 성범죄 등 이슬람법이 엄격하게 처벌하는 죄목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이긴 하다. 그러나 인권단체와 이란 전문가들은 특정 시기에 집중된 사형집행 건수와 흐름은 정치적 반대파에 어떤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이란 인권을 위한 국제 캠페인’의 하디 가메이 사무국장은 “최근 사형집행의 가파른 증가, 특히 정치범들에 대한 사형은 이란 국민들에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정부는 반체제 움직임을 제압하기 위해 모든 필요한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며, 반대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비싼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지난주 유엔은 이란의 인권 탄압을 비난하는 결의안 초안을 통과시켰으며, 조만간 유엔 총회에서도 최종결의안이 채택될 전망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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