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 “탈레반 패퇴에 몇년은 더 걸릴듯”
매달 수십억 전비 쏟지만 8년째 ‘밑빠진 독’
매달 수십억 전비 쏟지만 8년째 ‘밑빠진 독’
오는 10월로 침공 8주년을 앞둔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버락 오바마 정부의 ‘베트남’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13일 기자회견에서 탈레반과 알카에다를 패퇴시키는 데 앞으로 “몇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또 오바마 정부가 미국 안보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천명한 아프간 일부 지역에서 탈레반이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이 조만간 제출할 아프간 정세 보고서에서 구체적인 추가병력 요청은 없을 것이라며 추가파병은 극구 부인했다.
게이츠 장관의 이날 회견은 지난 11일 상원 외교위의 아프간 보고서가 “오바마 정부가 아프간전을 제한적인 개입에서 보다 위험이 큰 대 반군작전으로 변모시키고 있다”며 아프간전에 대한 보다 엄정한 국가적 논쟁을 요구한 데 대한 변호 성격이 강하다. 이 보고서는 아프간전 관계자들을 인터뷰해 본 결과 단기적으로 실질적 진전을 보기 힘들고 최소 2년에서 10년이 지나야 한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추가 파병 문제는 미배치된 6천명의 증파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게 오바마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군 관계자들은 탈레반이 우위를 보이고 있는 전황의 반전을 위해선 내년에 적어도 1만명 내지 1만5천명의 추가파병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주간 <타임>의 분석에 따르면, 아프간 364개 행정구역 가운데 탈레반이 세를 떨치고 있는 지역은 2003년 30곳에서 지난해 160곳으로 늘어났고, 저항세력의 공격도 지난 반년 사이에 60% 증가했다.
미국진보센터의 국방전문가인 로런스 코브는 내년도 1만명 증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아프간 증파에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아프간을 ‘오바마의 베트남’으로 부르고 있다”며 현재의 아프간 상황이 (부시 행정부 말기의) 이라크 증파 상황과 같다고 말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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