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폭동진압 경찰들이 24일 테헤란 시내 의회 건물 근처에 집결해 시위대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날 경찰은 대선 재실시를 요구하며 의사당 근처 광장에 집결하는 시위대에 최루탄과 실탄을 쏴 강제해산시켰다. 테헤란/AP 연합
정부는 강경진압…개혁파 지도부는 머뭇
추모집회 전격취소…무사비 5일째 안보여
정부쪽 “바시지 민병대원도 그동안 8명 숨져”
추모집회 전격취소…무사비 5일째 안보여
정부쪽 “바시지 민병대원도 그동안 8명 숨져”
이란의 부정선거 항의 시위가 ‘바람 앞의 촛불’이다.
개혁파 대선후보 미르 호세인 무사비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군경의 무차별 진압과 원천봉쇄로 숨을 죽이자, 보수강경파 집권세력이 저항운동의 뿌리를 뽑으려는 막바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 변화의 희망도 갈수록 엷어지고 있다.
한때 수백만명이 참가했던 시위가 급격히 위축된 이유는 △당국의 초강경 대응 △개혁파 지도부의 불분명한 태도 △반정부 시위 동력의 한계 △권력층의 성격 변화 등을 꼽을 수 있다.
무사비 등 개혁파 지도자들은 당국의 강경진압으로 희생자가 나왔는데도 책임자 규명과 처벌 등을 요구하지 않는 등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무사비와 함께 개혁파 후보로 나섰던 메흐디 카루비 전 의회 의장은 25일 오후로 예정됐던 ‘시위 희생자 추모 행사’를 전격 취소했다. 전날 경찰과 친정부 민병대가 테헤란 시내 의회 앞에 모인 소규모 시위대를 무차별 진압한 뒤에 나온 결정이다. 무사비는 25일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대선에 대한 주장을 철회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지만 선거결과 조작에 맞서 계속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웹사이트와 신문 모두에서 나의 주장을 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이 극도로 제한되고 있다”고도 호소했다. 무사비 측근의 웹사이트는 25일 “대학교수 70명이 전날 무사비와 만난 직후 모두 체포됐으며 어디에 구금됐는지는 불분명하다”고도 밝혔다. 무사비는 지난 20일 시위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가택연금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 <파르스> 통신은 25일 “무사비와 그를 지지하는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문가회의 의장이 전날 의회 유력 인사들을 만나 현 사태를 논의했다”고 보도해,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의회에선 보수파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군 출신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지난 4년 동안 통치하는 동안, 군부가 권력의 주도권을 쥐게 된 것도 집권층의 강경대응을 읽는 키워드다. <뉴욕타임스>는 25일 “이란 집권세력의 비타협성은 이란이 과거 어느때보다도 성직자 계층이 아닌 군부와 보안기구에 의해 움직이는 나라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한 정치분석가는 “2005년 아마디네자드 집권 이후 권력 중심이 혁명수비대로 옮아갔다”며 “이란은 더이상 신정통치국가가 아니라 군 수뇌부의 정부”라고 주장했다.
개혁파 시위대의 주력이 정치·사회적 민주화와 유연한 대외관계를 요구하는 대도시 중산층과 대학생, 여성인 반면, 노동자와 농민 등 서민층 상당수가 현 정부를 지지하는 동력의 한계도 나타나고 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분배중심 경제정책을 펴왔고, 수혜계층인 노동자와 농민들은 현 체제를 지지하고 급격한 변화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비비시>(BBC)는 “개혁파와 보수파의 감정의 골이 워낙 깊어 싸움이 앞으로 몇 주 또는 몇 달 더 지속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개혁파 성직자 중 최고위급인 아야톨라 알리 몬타제리는 25일 성명을 내어 “이란인들이 평화적 집회에서 합법적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억압받는다면, 제아무리 강력한 정부라도 뒤집힐 만큼 사태가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란 국영 <프레스 티브이>는 반정부 시위로 지금까지 바시지 민병대만 모두 8명이 숨졌다고 25일 밝혔다. 이란 정부가 군이나 경찰에서 사망자가 나왔다고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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