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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란 현지 언론인 “경찰이 시위대 쓸어버릴 것 같다”

등록 2009-06-24 19:46수정 2009-06-24 21:34

이란 현지 언론인, 본지에 이메일로 시위상황 전해
언론통제로 신문들 관련기사 한 줄도 못써
정부 초강경대응 경고뒤 시위 위축돼 우려
“인터넷과 이동통신이 끊기고, 모든 사람이 나라 밖 접촉을 통제받고 있다.” “조만간 경찰이 시위대를 완전히 진압할 태세다.”

선거부정 시비를 둘러싼 이란의 시위 정국이 24일로 12일째 이어진 가운데, 이란 언론인 이스마일 자얀데(가명)가 현지의 다급한 상황을 <한겨레>에 전자우편으로 보내왔다. 자얀데는 “현재 이란은 단순히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제약당하는 것보다 더 엄혹한 상황”이라며,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그는 “전세계 언론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본다”며 “외신의 현지발 보도들은 대부분 사실”이라고 말했다.

자얀데는 정부의 언론 통제가 심해지면서 이란 신문들이 시위에 대해 단 한 줄도 쓰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과 인터뷰한 일부 언론인은 체포됐다. 이란 언론인 180여명은 최근 “진실을 알리지 못하므로 더이상 일할 수 없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해, 언론 통제가 계속될 경우 파업도 불사할 것임을 밝혔다. 언론인들 중에서는 불이익과 보복을 우려해 여기에 참가하지 못한 이들도 많다고 한다.

대선 투표 전날인 지난 11일부터 이란 전역에선 휴대전화 단문 메시지 서비스(SMS)가 사실상 중지됐다. 인터넷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고, 수도 테헤란 주요 지역에선 매일 저녁 이동통신 서비스가 끊긴다. 정보 차단으로 시위 확산을 막으려는 조처다.

이처럼 강력한 언론 통제도 실상을 알리려는 이란인들의 몸부림을 완전히 틀어막지는 못하고 있다. 자얀데는 많은 이란 국민들이 시위 현장의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외신들에 전달하고 있다며 “지금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언론인”이라고 말했다.

자얀데는 지난 20일 시위에서 또다시 최소 13명이 숨지고 보안당국이 초강경 대응을 경고한 이후 시위가 크게 위축된 데 대한 안타까움과 절박함도 내비쳤다. 그는 대규모 시위가 진압된 지 이틀이 지나도록 산발적인 시위 소식만 들린다며, “경찰이 며칠 안에 시위대를 완전히 쓸어버릴 것 같다”는 자신의 우려를 “널리 알려 달라”고 호소했다.

현재 집회가 원천봉쇄된 테헤란에선 시민들이 매일 저녁 집 옥상에서 외치는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는 구호가 밤하늘로 번져가면서 연대감을 확인해주고 있다. 소강상태에 접어든 이란의 시위 정국은 ‘폭풍 전야의 고요함’에 가깝다. 그것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사위고 말지, 새로운 변화의 폭풍으로 불어닥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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