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이란 반정부 시위 도중 총격을 받고 숨진 네다 아가 솔탄을 추모하는 행사가 22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다. 오른쪽은 인터넷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공개된 네다 아가 솔탄의 생전 모습. 두바이/AP·AFP 연합
네다 피격상황 재구성
16살 소녀 아닌 27살 대학생
장기 이식뒤 서둘러 안장돼
“정부 장례 못치르게 압력” 지난 20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시위 현장에서 총에 맞아 숨진 16살 소녀로 알려졌던 여성은 테헤란의 한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네다 아가 솔탄(27)으로 밝혀졌다. 또 당시 쓰러진 네다 옆에서 필사적으로 응급조처를 했던 남자는 네다의 아버지가 아니라 약혼자로 확인됐다.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이 네다가 숨지는 장면을 찍은 40초짜리 비디오 영상은 인터넷을 타고 지구촌으로 급속히 퍼지면서 이란인은 물론 세계인의 안타까움과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 페르시아어 방송은 22일 네다의 약혼자 카스피안 마칸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마칸에 따르면, 네다는 피격 당시 시위가 한창이던 아미르 아바드 지역 인근 도로 위의 차 안에 있었다. 꽉 막힌 도로와 찌는 듯한 더위에 지친 네다가 잠시 쉬기 위해 차에서 내린 뒤 어느 순간 어디선가 총탄이 가슴으로 날아들었다. 마칸은 목격자들의 증언과 비디오 화면을 토대로 민간인 복장의 친정부 바시지 민병대가 네다를 조준사격한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네다는 몇발짝 움직이다 가슴과 입으로 피를 쏟으며 그대로 무너져내렸고, 주위 사람들이 급하게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일부 이란어 웹사이트는 네다가 차에서 내려 전화를 하고 있는데 오토바이를 탄 민병대원 2명이 총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네다의 주검은 당국에 의해 병원에서 사체공시소로 옮겨졌다. 사체공시소 관계자는 네다의 가족들에게 외과 환자들의 이식수술을 위해 네다의 신체 일부를 적출해도 되겠냐고 물었고, 네다의 가족은 가능한 빨리 장례를 치르기를 원했으므로 공시소 쪽의 요구를 수락했다. 그렇게 신체 일부를 내어준 네다의 주검은 다음날 테헤란 남부의 한 공동묘지에 쓸쓸히 안장됐다. <에이피> 통신은 22일 “이란 정권은 네다의 가족들에게 어떠한 공개적인 장례식도 치르지 말 것을 강요했다”고 네다 측근의 말을 따 보도했다. 네다의 가족은 22일 한 이슬람 사원에서 추도식을 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허용되지 않았다. 마칸은 “정부 당국은 네다의 죽음이 이란 뿐 아니라 전 세계에 알려진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그들은 많은 사람들이 네다의 피살에 분개해 시위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두려워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 블로거 사이에서는 그녀를 ‘자유의 천사’로 추앙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철학을 공부하던 평범한 대학생을 ‘이란 저항운동의 순교자’로 만든 것은 바로 이란의 강경보수 집권세력이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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