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 불씨 되살릴지 주목…실탄 발포등 강경진압에 시위 위축
이란 반정부 시위의 구심점인 개혁파 대선 후보 미르 호세인 무사비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 사이트에 글을 올려, “정의를 위한 싸움에서 숨진 순교자들을 위한 대대적인 연대시위를 25일 이맘 호메이니 묘소에서 열자”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당국의 초강경 대응으로 소강상태에 빠진 시위 사태가 또 한번의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테헤란 도심과 주요도로마다 경찰과 민병대가 집중 배치되고, 검문 검색이 강화되는 등 시위가 원천봉쇄된 상황이어서 25일 시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난 15일 테헤란에서만 약 50만명이 모이면서 절정에 이르렀던 시위는, 22일 1000명 정도로 규모가 줄어들었다. 경찰은 이날도 최루가스와 실탄을 발포하며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켰다. 오토바이를 탄 민병대원들도 시위대를 위협적으로 몰아붙였다. 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마구잡이 체포도 계속됐다. <테헤란 타임스>는 23일 “경찰 당국이 지난 주말 시위에서 경찰과 충돌한 시위자 457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살인적인 강경 진압이 계속되자 시민들은 밤마다 각각 자기 집 옥상, 테라스 등에서 “신은 위대하다”, “독재자를 타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저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야 옥상시위’는 테헤란 주택가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이란 헌법수호위원회는 대선 결과가 무효화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23일 아바스 알리 카드코다에이 헌법수호위 대변인은 “대선 결과를 바꿀 만한 주요한 부정선거 사례를 발견할 수 없었다”며 “대선 결과가 무효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법수호위는 24일 최종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한편, 이란 정부는 23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산 카시카비 외무부 대변인은 “몇몇 강대국의 영향력 아래 반기문 사무총장은 이란 선거의 현실을 무시하고 있으며, 그의 발언은 내정에 간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22일 “이란 당국은 민간인에 대한 무력 사용을 즉각 중단하고 시민들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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