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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서로 “민심 우리편” 보-혁 충돌…이란 ‘혁명전야’

등록 2009-06-23 09:32수정 2009-06-2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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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사태 악화일로
중장년·농촌 서민층 vs 청년·도시 중산층
엄격한 이슬람 규율로 변화욕구 통제 한계
이란 이슬람혁명의 기운이 짙어지던 1979년 어느 날, 윌리엄 설리번 이란 주재 미국대사는 팔레비 왕조의 마지막 통치자였던 무하마드 레자 팔레비와 만나고 나오면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국왕이 도무지 들으려 하질 않는군.”

얼마 지나지 않아 팔레비 왕가는 혁명에 쫓겨 미국 망명길에 올라야 했다. 영국 <비비시>는 21일 “이란의 현 집권세력이 30년 전 자신들의 주적이었던 팔레비 왕조가 빠졌던 똑같은 덫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22일로 열흘째 계속되고 있는 이란 반정부 시위 정국은 이슬람혁명 30년 뒤 이란 사회 내부의 깊은 갈등과 갈망을 드러내면서, ‘제2의 혁명’으로 발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개혁파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최후통첩’에도 굴하지 않고 시위에 나서고 있는 것은 이번 사태가 선거부정 논란보다 훨씬 깊은 갈등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의미한다. 핵심은 신정체제인 이란의 미래상을 둘러싼 보수파와 개혁파의 정면충돌이다.

개혁파 후보인 미르 호세인 무사비 지지층이든, 강경보수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 지지층이든, 양쪽이 모두 이란의 진정한 다수를 대표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 간극의 핵심에는 이슬람혁명이 추구하는 목적에 대한 견해차가 자리잡고 있다. 테헤란에 있는 이맘 사데크 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카보스 세예드 에마미는 20일 <뉴욕 타임스>에 “한쪽은 민주적 제도의 점진적 발전과 이슬람 제도의 민주적 해석을 바라는 반면, 다른 한쪽은 포퓰리스트 편에 서서 이슬람 가치에 대한 다소 권위주의적인 해석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개혁파에게 시위를 그만두지 않으면 강경 대응하겠다고 경고했고, 22일 헌법수호위원회는 선거부정 의혹을 일축하는 발표를 했다. 이는 보수파 지도부가 ‘밀리면 혁명을 잃게 된다’ 식의 결론을 내리고, 개혁파들과의 타협을 거부하는 강경책을 선택했음을 의미한다. 이들은 거리를 뒤덮은 개혁파의 ‘녹색 혁명’을 혁명을 뒤흔들려는 ‘외세의 스파이’로 간주한다. <인디펜던트>의 중동 전문기자 로버트 피스크는 21일 “아마디네자드 지지자 등 친정부 세력은 동유럽의 ‘세속 혁명’을 비난하는 전단지를 배포하고 있다”며 “하메네이 등 보수파 지도부는 반혁명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메네이를 정점으로 하는 현 체제에 대한 믿음이 깊고,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정책에도 지지를 보내는 서민층과 중장년층, 농촌 주민들이 이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반면, 이란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30대 이하 젊은층과 도시 중산층은 변화와 개혁에 대한 갈증이 깊다. 젊은층 대다수는 공식적으로는 엄격한 이슬람 규율을 지키면서도 집에서는 음주와 파티, 인터넷을 즐기며 바깥세계와 소통하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은 무사비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녹색 혁명’을 꿈꿨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이란 전문가 카림 사자드푸르는 <비비시>에 “이란 사회에서 오랫동안 정치, 경제, 사회적 불안이 들끓어올랐으며, 이번 선거는 많은 이들이 붙잡으려 한 마지막 지푸라기였다”며 “하메네이는 (이를 빼앗는) 잘못된 계산을 했다”고 지적했다. 규율과 통제만으로 분출하는 이들의 변화 욕구를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개혁파가 이슬람공화국 체제를 붕괴시키는 혁명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이란 사회의 미래를 둘러싼 ‘제2 혁명’의 막을 올리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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