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선에 개혁파 후보로 나섰다가 패배한 미르 호세인 무사비의 지지자들이 16일 수도 테헤란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현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선언한 이란 정부가 외국 언론의 취재를 막고 있는 가운데, 한 아마추어 비디오 작가가 촬영한 영상의 한 장면이다. 테헤란/AP 연합
‘대선 후폭풍’ 이란 어디로
“신정일치 바꾸자” 열망이 대규모 시위 불러
이슬람 현체제 근본적 변화 가능성은 낮아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최대의 정치적 고비를 맞고 있는 이란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개혁파를 이끌고 있는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는 17일 지지자들에게 대규모 항의집회를 가질 것을 촉구했다. 무사비는 이날 자신의 인터넷 사이트에 성명을 올리고, 18일 대규모 시위 가질 것을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건강하지 못한 선거풍토에 항의하고 그 결과를 무효화시키는 우리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평화적 집회를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선거부정과 사망한 시위대들을 추모하는 검은 옷을 입을 것을 요구했다. 그는 특히 “앞선 선거에서의 수치스러운 부정을 되풀이 하지않을 새로운 대통령 선거”가 있어야만 한다고 밝혀, 재선거를 요구했다. 이날 테헤란에서 열린 한국과 벌인 월드컵 축구 예선전에서 이란 대표팀 선수 중 일부는 팔목에 녹색 띠를 착용해, 무사비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다. 테헤란에서는 이날도 닷새째 항의시위가 산발적으로 벌어졌으나, 별다른 무력충돌은 없었다. 무사비가 이날 밝힌 입장은 선거 이후 자신의 요구 수준을 높이고 구체화한 것이다. <에이피>(AP) 통신은 무사비가 이란의 “최고지도자와 성직자 주도 체제에 대해 직접적인 도전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때문에 일단 이번 시위사태가 어떻게 결말나더라도 하메네이를 정점으로 하는 신정체제에 일정부분 균열이 오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메네이가 개표 직후 이번 대선 결과를 “신의 평가”라며 받아들이라고 했다가, 다시 번복해 재검표를 지시함으로써 큰 권위의 손상을 입었다고 <뉴욕 타임스>는 분석했다.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시위 양상자체가 신정체제를 밑에서부터 흔들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시위사태로 신정일치 체제가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에이피>(AP) 통신은 16일 “사실상 전권을 쥔 집권 성직자 그룹이 신정통치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를 피하기 위해 (최악의 경우)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포기하거나 권한을 제한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무사비 전 총리도 근본적 개혁보다는 이슬람 틀 안에서의 점진적 변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무사비는 이란-이라크 전쟁시기인 1981~89년 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대통령일 당시 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유달승 한국외대 이란어과 교수는 “무사비가 시위대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지 않는 것은 극한대립과 파국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며 “무사비 지지자들과 시위대의 요구는 이슬람공화국 체제 안에서의 변화와 개혁의 수준을 넘어선 것이어서 무사비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헌법수호위원회가 선거 결과에 대한 제한적 재검표를 결정한 것도 현 사태의 확산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무사비가 현 이슬람신정체제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유달승 교수는 “현 사태는 양쪽의 역학관계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집권 보수파와 개혁파가 권력을 분점하는 수준에서 타협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이슬람 현체제 근본적 변화 가능성은 낮아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최대의 정치적 고비를 맞고 있는 이란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개혁파를 이끌고 있는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는 17일 지지자들에게 대규모 항의집회를 가질 것을 촉구했다. 무사비는 이날 자신의 인터넷 사이트에 성명을 올리고, 18일 대규모 시위 가질 것을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건강하지 못한 선거풍토에 항의하고 그 결과를 무효화시키는 우리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평화적 집회를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선거부정과 사망한 시위대들을 추모하는 검은 옷을 입을 것을 요구했다. 그는 특히 “앞선 선거에서의 수치스러운 부정을 되풀이 하지않을 새로운 대통령 선거”가 있어야만 한다고 밝혀, 재선거를 요구했다. 이날 테헤란에서 열린 한국과 벌인 월드컵 축구 예선전에서 이란 대표팀 선수 중 일부는 팔목에 녹색 띠를 착용해, 무사비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다. 테헤란에서는 이날도 닷새째 항의시위가 산발적으로 벌어졌으나, 별다른 무력충돌은 없었다. 무사비가 이날 밝힌 입장은 선거 이후 자신의 요구 수준을 높이고 구체화한 것이다. <에이피>(AP) 통신은 무사비가 이란의 “최고지도자와 성직자 주도 체제에 대해 직접적인 도전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때문에 일단 이번 시위사태가 어떻게 결말나더라도 하메네이를 정점으로 하는 신정체제에 일정부분 균열이 오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메네이가 개표 직후 이번 대선 결과를 “신의 평가”라며 받아들이라고 했다가, 다시 번복해 재검표를 지시함으로써 큰 권위의 손상을 입었다고 <뉴욕 타임스>는 분석했다.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시위 양상자체가 신정체제를 밑에서부터 흔들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시위사태로 신정일치 체제가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에이피>(AP) 통신은 16일 “사실상 전권을 쥔 집권 성직자 그룹이 신정통치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를 피하기 위해 (최악의 경우)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포기하거나 권한을 제한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무사비 전 총리도 근본적 개혁보다는 이슬람 틀 안에서의 점진적 변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무사비는 이란-이라크 전쟁시기인 1981~89년 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대통령일 당시 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유달승 한국외대 이란어과 교수는 “무사비가 시위대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지 않는 것은 극한대립과 파국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며 “무사비 지지자들과 시위대의 요구는 이슬람공화국 체제 안에서의 변화와 개혁의 수준을 넘어선 것이어서 무사비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헌법수호위원회가 선거 결과에 대한 제한적 재검표를 결정한 것도 현 사태의 확산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무사비가 현 이슬람신정체제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유달승 교수는 “현 사태는 양쪽의 역학관계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집권 보수파와 개혁파가 권력을 분점하는 수준에서 타협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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