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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무사비 ‘대선 불복’ 선봉에 서나

등록 2009-06-16 22:34

이란 대선을 둘러싼 시위가 유혈 사태로 치달으면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집권 보수파에 맞서고 있는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사비 전 총리는 시위 사흘째인 15일 대선 결과 발표 이후 처음으로 테헤란 아자디 광장 시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무사비는 자동차 지붕 위에 올라선 채 수만명의 군중을 향해 “신의 뜻에 따라,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되찾을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민의 투표는 무사비 개인이나 다른 어떤 사람보다 더 중요하다”며, 아마디네자드의 압승으로 발표된 이번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무사비는 16일에는 지지자들에게 “계획된 충돌의 덫에 걸려들지 말라”며 시위 자제를 호소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무사비가 이끄는 개혁파 진영에는 유력한 성직자 겸 정치인인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도 가세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공개적으로 무사비를 지지하고 나섰다. 라프산자니는 이란 정치권에서 실용주의 노선의 중도파로 분류됐으나 독자적인 세력 구축에 실패하면서 캐스팅보트 구실을 하고 있다. 대선 출마를 고려하다 중도하차한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도 개혁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개혁파의 도전이 거세지면서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행보도 관심을 끈다. 신정일치 체제인 이란의 현행 헌법상 하메네이는 대내외 주요 정책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가진 명실상부한 최고 권력자다. 최고 지도자는 고위급 성직자 86명으로 구성된 전문가회의에서 선출되는데, 현재 전문가회의는 ‘이슬람법학자 절대통치론’을 주장하는 보수파가 장악하고 있다.

 하메네이는 줄곧 개혁파와 싸워온 강경 보수파이지만, 때론 자신의 지위와 이란 신정체제의 존속을 위해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메네이는 15일 혁명수호위원회에 선거 부정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으며, 혁명수호위원회는 부정선거 재검표를 거쳐 열흘 안에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보수 집권층으로서는 위험 수위까지 차오른 시위 사태를 진정시킬 명분과 시간을 벌어놓은 셈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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