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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발포·체포에도 “선거 무효”…수십만명 거리로

등록 2009-06-16 18:54수정 2009-06-16 18:55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이란 개혁파 대선 후보 미르 호세인 무사비 지지자들이 15일 테헤란에서 시위 도중 민병대가 쏜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보이는 사람을 옮기고 있다.  테헤란/AP 연합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이란 개혁파 대선 후보 미르 호세인 무사비 지지자들이 15일 테헤란에서 시위 도중 민병대가 쏜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보이는 사람을 옮기고 있다. 테헤란/AP 연합
[이란 시위 유혈사태]
주요 도시·대학 ‘들불’…이란혁명 뒤 최대 규모
사망 확인만 7명…남부 시라즈 등 미확인 12명
이란이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최대의 정국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선거 부정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재선 무효를 주장하는 항의시위가 이란 전역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15일에는 테헤란에서 무장 민병대의 총격으로 시위대 7명이 사망하는 등 유혈사태로 번지면서, 이란 정국은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 초강경 진압, 사상자 발생 15일 수만명의 시위대가 운집한 테헤란 아자디 광장 인근에서 친정부 바시지 민병대가 시위대에 발포해 7명이 숨졌다. 이란 국영 <파얌> 라디오는 16일 “다수의 폭력배들이 아자디 광장 인근의 군기지 초소를 공격하고 공공시설을 파괴하려 했으며, 이 과정에서 불행히도 7명이 죽고 여러 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앞서 전날 <에이피>(AP) 통신 사진기자가 아자디 광장에서 혁명수비대가 발포해 1명이 숨졌다고 보도한 지 하루만에 사망자 발생이 공식 확인된 것이다.

이와 별개로, 수도 테헤란과 남부도시 시라즈에서도 모두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4일 테헤란대에서 시위대와 군·경이 충돌해 학생 5명이 사망했다”고 15일 보도했다. 이 학교의 학생 웹사이트 ‘아우트뉴스’는 이날 300여명의 사복경찰과 시위진압경찰, 바시지 민병대가 학생들을 캠퍼스로 몰아넣은 뒤 총격을 가했으며 학생들은 화장실과 기숙사로 피했다고 주장했다. 한 학생은 “새벽 3시께 군경이 확성기로 ‘지금 건물을 비우지 않으면 죽을 것이다’라고 경고해 학생들이 머리에 손을 얹고 나오자 몽둥이로 때린 뒤 다시 방으로 밀어넣고 발포했다”고 증언했다.

남부도시 시라즈의 한 대학에서도 시위대와 폭동경찰이 충돌해 7명이 숨졌다는 주장이 현지의 한 파르시어 웹사이트에 올랐으나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이란 주요 시위 발생 지역
이란 주요 시위 발생 지역
■ 전국으로 시위 번져 13일 테헤란에서 3천여명으로 시작됐던 시위는 불과 사흘만에 참가자가 수십만명으로 늘었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최대규모다. <로이터> 통신은 15일 테헤란에서 수십만에 달하는 시위대가 시위를 벌였으며, 이들은 “발리예 바스르 광장으로!”라는 구호를 외쳤다. 바스르 광장은 테헤란 도심의 교통요지다. 유혈사태로 흥분한 시위대와 군경의 강경진압이 맞부딪칠 경우 최악의 사태도 우려된다.

시위는 주요도시의 대학가를 중심으로 이란 전역으로 급격하게 번지고 있다. 중부도시 이스파한에서는 대학생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충돌 끝에 시위자 60여명이 체포됐으며, 마잔다란 지역의 함단대와 바볼대에서도 학생들이 시위를 벌인 뒤 경찰의 공격을 피해 4개 마을로 흩어졌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이란 북부 타브리즈에서는 폭동진압경찰이 타브리즈대를 아예 포위해버렸으며, 테헤란의 아미르카비르대와 사리프대에서는 교수와 학생 수백명이 학내 모스크에서 연좌농성을 시작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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