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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재검표’ 일부지역 한정…결과 뒤집기 어려워

등록 2009-06-16 18:53수정 2009-06-16 22:46

시위확산 방지 명분 쌓기용?
이란 대통령 선거의 부정 의혹은 투표용지 부족에서부터 조직적 개표 부정까지 광범위하다. 특히 약 4000여만표의 개표 작업이 사실상 단 몇시간 만에 이뤄지고 당선자가 결정된 것은 현행 이란 선거체계로 봐서 무리라는 지적이 높아, 조직적 개표 부정이 가장 큰 의혹을 사고 있다.

급기야 이란 헌법수호위원회는 16일 ‘제한적 재검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내무부가 대선 결과를 발표한 지 사흘 만이다. 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수십만명으로 더욱 확산되는 데 따른 ‘전술적 양보’로 비친다.

이번 대선에서 투표한 3920만표는 수작업을 거쳐 12시간 만에 테헤란 당국에 의해 그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번 선거에서는 이보다 두 배쯤 시간이 걸렸다. 카터재단과 함께 개발도상국의 선거감시를 해왔던 수전 하이드 예일대 정치학과 교수는 “그들이 여전히 수작업 개표를 한다면, 이는 비정상적으로 매우 빠른 개표”라고 의문을 제기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이란 내무부는 500만표까지의 개표 결과를 투표 종료 1시간30분 만에 발표했다. 그 후 4시간 동안은 거의 1시간마다 500만표씩 개표를 진행하며 결과를 발표했다.

무사비는 자신이 우세한 이스트아제르바이잔 지역 등에서는 투표용지가 부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소수민족 출신인 무사비는 이스트아제르바이잔에서도 패배했다. 85%라는 기록적인 투표율은 젊은층의 투표를 늘려 무사비의 지지를 높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62.6% 대 33.75%라는 큰 차이를 가져온 것도 의문이다. 이란 유권자의 3분의 1은 30살 이하다.

현재 선거 과정은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기관이 아닌 내무부와 종교지도자, 이슬람 율법학자 등 12명으로 구성된 헌법수호위원회 등이 맡고 있다.

헌법수호위원회의 대변인 압바스 알리 카드코다에이는 국영 텔레비전에 출연해 “헌법수호위원회는 논쟁이 되고 있는 특정 투표함은 재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며 “재검표는 (무사비) 후보가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투표 장소에만 국한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에이피>가 보도했다. 재검표가 언제, 어느 투표 지역에서 이뤄지는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이런 일부 지역에 한정된 재검표로는 현재 무사비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간 약 30%포인트에 이르는 표차가 뒤집힐 가능성이 전무하다. 따라서 집권 세력의 재검표 수용은 우선 항의 시위 확산을 차단할 명분을 얻고, 시위의 동력을 떨어뜨리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의 산물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완전한 재선거를 요구하는 무사비 지지자들의 요구와는 거리가 멀어, 시위대의 불만을 잠재우긴 어려울 전망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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