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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하메네이 “부정선거 의혹 신중히 조사”

등록 2009-06-15 19:10수정 2009-06-16 01:21

<b>이란, 오토바이 동원 시위 진압</b> 이란 대선에서 패한 개혁파 미르 호세인 무사비 후보의 지지자들이 14일 수도 테헤란의 테헤란대학 앞에서 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들에게 쫓기고 있다. 테헤란/AP 연합
이란, 오토바이 동원 시위 진압 이란 대선에서 패한 개혁파 미르 호세인 무사비 후보의 지지자들이 14일 수도 테헤란의 테헤란대학 앞에서 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들에게 쫓기고 있다. 테헤란/AP 연합
시민 수만명 집회…이란 대선 후폭풍 정국요동
무사비 “선거 새로 치러지면 참가 준비 돼 있다”
이란 대선의 후폭풍으로 이란 정국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요동치고 있다.

이란 대선에서 패배한 개혁파 후보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를 지지하는 수만명이 15일 테헤란 중심가에서 집회를 열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무사비의 상징색인 녹색 옷을 입은 이들은 선거 부정을 비난하고 재선거를 요구하며, 테헤란 중심 아자디 광장까지 행진했다. 지난 12일 선거 이후 최대 규모 시위다.

이날 집회에 참석해 선거 뒤 처음으로 공개 장소에 모습을 드러낸 무사비는 “국민의 투표는 무사비, 또는 어떤 개인보다도 중요하다”며 자신은 선거가 새로 치러지면 참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개혁파인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도 지난 12일 대선을 무효화하고 새로운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애초 이 집회를 금지했지만, 집회는 평화적으로 진행됐으며, 경찰도 이들을 막지 않은 채 곁에서 지켜봤다고 <에이피>(AP) 통신은 보도했다.

집회가 열리기 직전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혁명수호위원회에 무사비 후보 쪽이 제기한 부정선거 의혹 주장에 대해 신중하게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외신들이 일제히 전했다. 무사비 전 총리는 14일 하메네이와 만나 부정선거 의혹에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요청했다고 이란 국영 라디오가 15일 전했다. 하메네이는 무사비에게 선거 결과에 대한 이의 제기를 합법적 절차를 통해 풀어갈 것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당선자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또한 15일 러시아 방문 계획을 갑자기 연기했다.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러시아 예카테린부르드를 방문할 예정이던 아마디네자드는 이날 회담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란 지도부로서는 지금의 혼란과 분열을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수습해야 하기 때문에, 이란 대선을 둘러싼 갈등은 이번주가 고비가 될 전망이다. 하메네이가 선거 관련 재조사를 지시하기는 했지만, 지금으로선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비롯해 정권을 장악한 보수파가 개혁파 정치그룹과 타협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뉴욕 타임스>는 15일 “이란 대선 결과는 아마디네자드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어느 때보다도 단합되고 대담해진 성직자, 군부, 정치엘리트 등을 대변하는 영민하고 냉정한 인물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선거법상 공식 이의제기 시한인 사흘을 기다리지 않고, 선거 결과 발표 당일인 13일 “신의 축복”이란 표현까지 쓰면서 아마디네자드의 당선을 서둘러 추인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란 정치권은 지난 수십년간 노후해가는 성직자 권력기반과, 서구문화에 익숙한 젊은이들인 ‘혁명 후 세대’ 간의 긴장을 외면해왔다”며 “선거는 불만을 배출하는 유일한 안전밸브이지만 이번 선거는 그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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