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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란 대선투표 ‘차도르’ 장사진…기대·긴장 교차

등록 2009-06-12 19:44수정 2009-06-13 00:53

여성·젊은층 개혁 바라며 뜨거운 참여
무사비 전총리 당선땐 ‘제2 이란혁명’
현 대통령 재선땐 보-혁 충돌 우려도

이란 대선이 치러진 12일, 이란 전역의 4만5713개 투표소에는 투표 시작시간인 오전 8시가 되기도 전부터 유권자들이 투표소로 모여들었다. 길게 늘어선 행렬에는 이번 대선에 대한 이란인들의 부푼 기대와 간절한 바람도 따라 흘렀다.

이날 오전 8시 투표가 시작되자 각 투표소에는 수백여명이 몰려 긴 줄이 이어져 이란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란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대선 투표율이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1997년 대선 투표율 80%를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투표소에 유권자들의 행렬이 이어져 선관위는 이날 투표 종료시간을 당초 오후 6시에서 오후 7시로 1시간 연장했다.

테헤란 중심부의 한 모스크에서 투표를 마친 마나즈 모타기(23)는 “투표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오늘 선거에서 아마디네자드가 패배하기를 바란다”고 <에이피>(AP) 통신에 말했다. 아내, 여동생과 함께 줄을 서있던 또다른 유권자인 아바스 레자이(29)는 “아마디네자드가 4년 임기의 재선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는 모두 4명의 후보가 출마했지만 사실상 보수강경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과 개혁파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의 맞대결로 치러지고 있다. 현지에서는 막판 거대한 ‘변화의 녹색 물결’을 불러일으킨 무사비 후보가 1차 투표에서 당선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이란의 한 정치분석가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선거 결과가 조작되지 않는다면 무사비가 55~60%의 득표율로 이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아마디네자드의 통치 아래 사회가 급격히 보수, 폐쇄적으로 변한 데 반발한 젊은 여성들이 무사비의 개혁정책을 지지하며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양쪽 진영이 경제정책, 대외관계, 정치·사회적 자유 등 여러 사안에서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데다, 유권자들의 선거 열기가 과열 양상을 띠면서 긴장감도 감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직접 지휘를 받는 정예군사조직인 혁명수비대는 선거 전날 무사비 캠프를 겨냥해 “대중혁명의 싹을 잘라버리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사비는 자신의 선거운동 웹사이트에 올린 공개편지에서, 하메네이에게 “혁명수비대와 바시지 민병대의 일부 지휘관들이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증언들이 있다”며, 선거 중립 유지와 투표 보호에 대한 최고지도자의 입장 표명을 호소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혁명수비대는 즉각 “사실이 아니다”며 반박했다.

이란의 정치 전문가 사에드 라리아즈는 “아마디네자드가 1차 투표 뒤 ‘승리 선언’을 할 경우가 문제”라며 “누가 이기든 유권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텐테, 아마디네자드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제2의 천안문 사태’도 우려된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이 11일 보도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13일 오전께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오는 19일 최다 득표자 2명이 결선투표를 치른다.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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