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선의 최대 맞수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왼쪽 끝)과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오른쪽 끝)가 3일 이란 선거사상 첫 텔레비전 생중계 토론을 앞두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란국영방송국 제공/AP 연합
아마디네자드-무사비
사상 첫 TV토론서 설전
사상 첫 TV토론서 설전
다음주 이란 대선을 앞두고 각각 집권 보수파와 재야 개혁파를 대표하는 두 후보가 3일 치열한 맞짱토론을 벌였다. 이란 선거 사상 처음 열린 텔레 오는 12일 대선의 최대 라이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과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는 이날 이란 전역에 생중계된 토론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설전을 주고 받았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이 전했다.
무사비가 첫 포문을 열었다. 그는 “아마디네자드가 독재로 치닫고 있으며, 선동적인 발언으로 이란의 국격을 낮추고 긴장을 높였다”며 “그것이 이란의 국익이냐”고 꼬집었다. 현 정부가 학생들의 반대시위를 탄압하고 있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아마디네자드는 “(범 개유럽 순혁파인) 하타미와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까지 무사비 쪽에 가세해 자신을 공격하는 거짓말을 퍼뜨리고 있다”며 반대파를 싸잡아 겨냥했다. 아마디네자드는 라프산자니와 그의 아들들을 포함해 전임 정부 관리들의 이름을 일일히 거명하며 ‘부패’ 인물들로 몰아세웠다. 그는 또 무사비 후보의 아내가 남편의 선거유세마다 동참해 ‘이란의 힐러리 클린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 의식한 듯 그의 박사 학위 취득 과정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무사비 후보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총리로 재임하면서 성공적 경제정책으로 평판을 이후 현직에 있지 않았던 이유로, 주변에서 공격상대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에이피>(AP) 통신은 “이란 정치인들이 상대를 공격할 때에도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 않는 관례에 비춰볼 때 아마디네자드의 이런 발언은 다소 절제되지 않은 것”이라고 촌평했다.
무사비는 아마디네자드의 대외정책이 모험주의, 불안정성, 감정주의, 불합리, 극단주의 등으로 점철됐다고 되받은 뒤, “아마디네자드는 대화하기에 기묘한 상대”라고 덧붙였다.
방송국 밖의 ‘장외경기’도 뜨거웠다. 아마디네자드의 지지자들은 “신은 위대하시다” “아마디네자드는 내 사랑” 같은 구호를 외쳤고, 무사비의 지지자들은 “아마디, 바이 바이~”라고 노래 불렀다.
두 후보는 초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지역방송국 <아얀데 뉴스>가 이란 10대 도시에서 실시한 지지율 조사에서는 무사비가 47%로 아미디네자드 43%를 약간 앞섰다. 그러나 이란 여론조사는 표본이나 오차범위를 공개하지 않아 신뢰도가 낮은데다 투표율이 큰 변수다.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이란에서 이슬람 가치를 최우선시하는 교조적 신정일치 체제가 연장될지, 변화와 개방의 숨통이 트일지가 결정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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