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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란 대선 ‘강경 대 온건’ 접전

등록 2009-05-26 20:28

이란 대산 양강 구도
이란 대산 양강 구도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 이슬람 수호·핵주권 강조
무사비 전 총리, 개방확대·미국과 직접대화 주장
보름 남짓 앞으로 다가온 이란 대통령 선거가 보수파 집권세력 대 개혁파 후보의 양강구도 양상을 띠고 있다.

오는 6월12일 치러질 이란 대선의 최종 후보는 4명이다. 보수파 후보로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53) 현 대통령과 모흐센 레자이(55) 국정조정위원회 위원장이 나섰고, 개혁파 진영에선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와 메흐디 카루비 전 의회의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현재 판도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무사비 전 총리가 뒤를 바짝 쫓는 접전 양상이다.

이번 대선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30년간 신정일치 체제를 강화해온 이란이 급격한 변화의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를 판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대선의 주요 쟁점은 경제 살리기, 정치적 자유, 안보 및 대서방 관계, 핵개발 프로그램 등 네 가지로 압축된다.

아마디네자드는 심각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강경한 대외 정책과 현직 프리미엄에 힘입어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농촌지역 저소득층과 도시 빈민, 투르크계 유권자들이 주요 지지 기반이다. 2005년 대선 당시 내세웠던 “석유 수입을 국민의 식탁으로”라는 약속과, 서민을 위한 분배정책을 실천해온 성과다. 아마디네자드는 2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자신이 대통령에 재선되면 유엔총회에서 국제현안에 대해 ‘맞짱 토론’을 벌이자고 제안했다고 <비비시>(BBC) 방송 등이 전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최근 유권자들에게 “친서방 후보에게 투표하지 말라”며 아마디네자드에게 힘을 실어줬다.

무사비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25일 무사비의 고향 타브리즈에서 한 유세에는 3만여명의 유권자가 몰려들었다. <뉴욕 타임스>는 26일 “이같은 열기는 청중의 규모 뿐 아니라, 금품과 음식을 제공받지 않고 동원되지도 않은 자발적 지지자들이라는 점에서도 예외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란의 저명한 문화예술인과 지식인 그룹도 유권자들에게 “4년간의 강경통치를 끝장내기 위해 온건파 후보에게 투표하자”고 호소하고 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무사비 후보 쪽에선 아마디네자드의 경제정책이 ‘구호품 배급 정책’이라며 비판해왔다. 이란 언론들은 최근 “아마디네자드가 테헤란 지역 학생들에게 50달러짜리 여행자 수표를 나눠줬다”고 보도했다. 선거를 앞두고 빈민들에게 감자 40만톤을 무상배급하고 극빈자 보조금 지급 대상을 늘리기로 한 것도 논란에 휩싸였다. 무사비의 지지자들은 “미국에 죽음을!” 이란 익숙한 구호 대신 “감자 정부에 죽음을!” 이라고 외치며 거세게 항의했다.

후보 단일화 여부도 변수다. 개혁파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꼽히던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은 이미 지난 3월 개혁파 후보 단일화를 위해 불출마를 선언하고, 카루비 후보에게도 사퇴를 권유했다. 카루비 후보는 지난 22일 이란 <프레스 티브이>에 “내 목적은 개혁파의 승리이며, 선거 직전에는 어떤 경우의 수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해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란 대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 당선자가 안나올 경우 최다 득표자 2명이 결선투표를 치른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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