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사나 사베리
사베리 4개월만에 풀려나…대미 관계개선 촉매
이란에서 간첩 혐의로 8년형을 선고받았던 미국 여기자 록사나 사베리(32)가 11일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전날 항소심 재판부가 비공개 공판을 연 지 하루 만이다.
사베리의 변호인 살레 니크바크트는 11일 “1심 판결이 파기됐으며, 사베리의 형량은 2년 집행유예로 감형됐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 주요 외신이 전했다.
사베리는 출감 직후 “나는 괜찮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런 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짧게 말한 뒤, 지난 3월 미국에서 건너와 딸의 석방운동을 펼쳐온 아버지 레자 사베리와 함께 승용차로 교도소를 떠났다. 레자 사베리는 들뜬 목소리로 “매우 기쁘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10일 레자는 딸을 면회한 뒤 <알자지라> 방송에 “딸은 좋아 보였다. 다만 체중이 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란 출신의 미국인인 사베리는 2003년 이란에 입국해 <라디오 엔피아르(NPR)>와 <비비시>(BBC) 방송 등의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했다. 그러나 이란 당국의 취재허가증 유효기간이 만료된 2006년 이후에도 취재를 빙자해 간첩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지난 1월 체포된 뒤, 지난달 18일 법원에서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사베리 사건은 최근 미국-이란 관계가 급속한 해빙 무드를 타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심 판결 직후 사베리의 무죄를 확신한다며 석방을 촉구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매우 이례적으로 검찰에 공정한 재판과 사베리의 법적 권리 보장을 지시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로 미국-이란 관계 개선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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