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소설들이 섹스와 종교 같은 민감한 주제에 대한 금기를 깨뜨리며 중동 전역에서 전례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23일 보도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가 유네스코(UNESCO)로부터 ‘2009년 세계 책의 수도(월드 북 캐피탈 시티)’로 지정된 것도 소설 붐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다.
요르단 문학비평가협회 회장인 파크리 살리는 “‘2008/2009 국제 아랍 픽션상’ 공모에는 100편이 넘는 응모작이 경합을 벌였는데, 이같은 열기는 일찌기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픽션상 수상작의 영예는 15세기 지중해를 둘러싼 아랍국가들의 종교 변화를 다룬 이집트 작가 유세프 제이단의 <아라질>에게 돌아갔다. 이 소설은 2002년 발표되자마자 새로운 문학양식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이후 이슬람 문화에서 역사적으로 금지돼온 섹슈얼리티와 종교 등을 파고든 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작가 라자 알사니아가 극도로 보수적인 이 나라 4명의 젊은 여성들의 삶을 추적한 ‘리야드의 여자들’이란 소설로 유명세를 탔다.
레바논의 작가 자보르 두에히는 “(사회적) 압박에 대한 개인적 차원의 저항이긴 하지만, 개인주의와 자아(에고)가 소설을 통해 아랍 세계를 일깨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서구 세계도 정치적 압박, 여성, 성적 금기 등을 다룬 아랍소설을 좋아한다. 이런 책들을 통해 뭔가 이국적인 면모를 찾고 종교를 (새롭게) 발견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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