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자금·물자·정보 등 대주며 유착” 보도
미 지원 받으며 아프간 이권 눈독 ‘이중게임’ 분석
미 지원 받으며 아프간 이권 눈독 ‘이중게임’ 분석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파키스탄군 정보 당국의 직접 지원을 받고 있다는 구체적 정보들이 나오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26일 “파키스탄 군사정보국이 아프간 탈레반의 지도부에 자금, 군사물자, 전략계획 지침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미국 정부 관리들의 말을 따 보도했다. 탈레반을 비롯한 이슬람 무장세력에 대한 파키스탄 정부의 지원은 파키스탄군 통합정보국(ISI) 안에서도 ‘에스(S) 윙’으로 불리는 그림자조직의 비밀요원들이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파키스탄 정보국 요원들이 탈레반 지도부와 정기적으로 만나, 오는 8월 아프간 대선을 앞두고 공세 강화 방안을 논의해온 증거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지원을 받아 탈레반과 전쟁을 벌이는 파키스탄이 한편으로 탈레반을 지원하는 ‘이중 게임’을 벌이는 셈이다. 아프간전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에는 치명타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보당국 관리들은 아프간 탈레반과 파키스탄 정보요원들의 유착관계를 입증할 증거는 전자감시와 현지 정보원을 통해 입수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군 당국과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무장세력과의 연계를 부인하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파키스탄 정부의 최고위급 관리들이 직접 아프간 탈레반에 대한 지원을 조정했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면서도, 중간 간부급 요원들이 종종 불법적으로 은밀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파키스탄 군사정보국은 1990년대 군벌들간의 내전으로 황폐화한 이웃 아프간의 정국을 안정시키고 아프간에서의 파키스탄 이권을 지키기 위해 탈레반 창설을 지원했다. 파키스탄은 미국 등 서방 세력이 물러났을 때 아프간에 권력 공백이 나타나지 않도록 탈레반과 협력의 끈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전략적 계산을 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한 관리는 “파키스탄 정권은 기득권을 지켜줄 대리 세력으로 탈레반 같은 무장세력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달 아프간과 접경한 북서변경주 스와트 협곡의 탈레반 세력에게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의한 통치를 허용하는 조건으로 무기한 휴전협정을 맺은 바 있다. 아시프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은 “평화협정을 체결한 세력은 탈레반이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등 서방은 파키스탄 정부가 탈레반 무장세력의 거점에 대한 통치권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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