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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스라엘군인 ‘민간인 학살’ 고백 파문

등록 2009-03-20 21:19

“금지선 넘은 팔레스타인 여성·아이들 그대로 쏴버렸다”
참전 병사들 잇단 폭로…이스라엘정부 “우린 도덕적”
유엔 “가장 심각한 전쟁범죄” 국제사회 비난 쏟아져
“여성과 아이들이 접근금지선을 넘은 것을 발견한 저격병은 볼 것도 없이 그들을 쏴버렸다.”

올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침공에 투입됐던 이스라엘군(IDF)의 한 분대장이 털어놓은 이야기다. 그가 속한 소대는 ‘작전’ 중에 여성과 어린이 둘이 살고 있는 집에 들어갔다. 이스라엘군에 의해 며칠 동안 한방에 감금됐던 세 가족은 며칠 뒤 풀려났지만, 곧바로 저격병에게 목숨을 잃었다.

이 분대장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생명은 우리 군인들의 생명보다 아주 아주 하찮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테러범일 수 있다’는 경고가 항상 있었다. 피에 목말라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와 <마리브>는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살상과 재산 파괴를 전하는 증언이 북부 티본의 오라님대학 예비군사과정 졸업생들 사이에서 터져나왔다고 19일 보도했다. 가자지구 침공에 참전했던 졸업생 수십명이 동문소식지에 당시 상황을 털어놓았다.

고의적 민간인 살상은 없었다고 주장해온 이스라엘 정부는 발칵 뒤집혔다. 당국이 부랴부랴 진상조사에 나서는 한편,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이 “이스라엘군은 세계적으로 가장 도덕적인 군대”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스라엘 전문가들은 가자지구에서 여성이 종종 ‘자살 폭탄’ 공격을 벌였기 때문에 여성이 다가오는 것이 안전한지 알 수 없다고 주장한다.

참전 병사들의 폭로는 쏟아지고 있다. 예비군으로 참전했던 역사학 전공 대학원생 아미르 마르모르(33)는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진입을 앞두고 최고위층으로부터 내려온 명령은 “일단 쏘고 결과는 걱정하지 마라”였다고 말했다. 그는 예비군 생활 12년 내내 ‘민간인 피해 최소화’ 교육을 받았으나, 이번 작전을 앞두고 사령관은 “도덕은 집어치우고 일단 우리 임무를 다해야 한다. 눈물은 나중에 흘리자”고 말했다며 개탄했다.

민간인 살상이 사실로 드러나면 이스라엘은 국제적인 비난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이날 리처드 포크 유엔인권위원회 특별조사관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이 “국제법상 가장 심각한 수준의 전쟁범죄를 구성하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학교와 사원, 구급차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과 봉쇄 조처가 제네바 협약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유엔안보리가 별도의 가자지구 전범재판소를 설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자지구 침공에 대한 국제적 비난 속에서 이스라엘은 외교적으로 점점 더 고립되고 있다. 최근 여러 나라가 이스라엘 운동선수들의 비자발급을 거부했고, 이스라엘 반대시위가 스웨덴, 스페인, 터키 등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19일 전했다. 집권이 유력한 보수우파 연정에 극우 성향의 이스라엘베이테이누(우리집)당이 참여할 예정이고, 이 당의 아비그로드 리베르만 대표가 외무장관을 맡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스라엘의 대외관계는 최근 20년 사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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