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개국 국제회의 52억달러 모금 약속
이스라엘 침공으로 폐허가 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재건사업을 놓고 미국과 이란, 그리고 팔레스타인의 양대 정파인 파타와 하마스가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2일 이집트에서 열린 가자 재건 국제회의에는 유엔과 미국, 아랍연맹 등 75개국이 참석해 사우디아라비아(10억달러), 미국(9억달러), 유럽연합(5억5400만달러), 카타르(2억5000만달러) 등이 모두 52억달러(약 8조1600원) 규모의 지원금을 약속했다.
그러나 복구 사업을 놓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이끄는 파타와 가자지구의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하마스는 ‘새로운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블룸버그 뉴스>가 2일 보도했다. 하마스는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고, 파타는 미국 등 서방 진영의 지지를 업고 있다. 특히 파타와 하마스는 내년 1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재건사업 주도권은 향후 정치적 입지에 결정적 영향을 줄 전망이다. 가자지구 알아자르 대학의 므카이마르 아부사다 교수(정치학)는 “재건사업의 책임을 떠맡는 쪽이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발 빠르게 움직인 쪽은 하마스와 이란이다. 하마스는 지난 1월 휴전 직후 주민들의 주택 재건에 4000만유로(약 784억원)를 분배하겠다고 밝혔고, 이란도 테헤란에 가자 재건본부를 설립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서방국가들로부터 테러단체로 지목받고 있어 가자 재건 국제회의에서 배제됐다. 돈줄을 쥔 서방은 지원금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나 유엔기구를 통해 집행될 것임을 분명히하고 있다.
또다른 핵심적 문제는 구호, 재건 관련 물자가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는 이스라엘의 봉쇄 정책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가자지구) 봉쇄는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시급한 목표는 (이스라엘이) 가자를 개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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