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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라크 박물관’ 새단장 했지만…

등록 2009-02-24 21:23수정 2009-02-24 22:57

23일 바그다드의 이라크 국립박물관의 고대 유적 앞에서 한 이라크군 병사가 경비를 서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뒤 약탈당하고 문을 닫았던 이 박물관은 이날 6년 만에 재개관했다.  바그다드/AP 연합
23일 바그다드의 이라크 국립박물관의 고대 유적 앞에서 한 이라크군 병사가 경비를 서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뒤 약탈당하고 문을 닫았던 이 박물관은 이날 6년 만에 재개관했다. 바그다드/AP 연합
미국 침공뒤 6년만에 재개관
1만5천점 약탈 6천점만 환수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약탈로 만신창이가 됐던 이라크 국립박물관이 23일 6년 만에 문을 열었다.

찬란했던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 시기의 유물 수만점을 소장한 이라크 국립박물관(www.theiraqmuseum.org)은 대표적인 ‘인류 문화유산의 보고’로 꼽혔지만, 전쟁 와중에 값진 보물 1만5000여점이 약탈당했다.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이날 개관식에서 “이라크는 어두운 시기를 지나왔으며 박물관도 파괴를 피하지 못했지만, 이제 이 박물관을 세계에서 으뜸가는 곳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카탄 아바스 관광·유적부 장관은 이날까지 유물 6000여점이 세계 각지로부터 환수됐다고 밝혔다. 이라크 국립박물관은 1923년 관련법이 제정되면서 설립됐으며, 잇따른 발굴로 유물이 쏟아지자 1966년에 지금의 자리로 확장 이전했다.

그러나 이라크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무리하게 앞당겨 재개관을 강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 타임스>는 24일 “주무 부처인 문화부는 만류했지만, 알말리키 총리가 이라크가 안정되고 있다는 표시를 보이려고 개관을 밀어붙였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재개관한 곳은 전체 26개 전시관 가운데 이탈리아로부터 재정 및 기술 지원을 받은 아시리아관과 수메르관 등 8곳뿐이다. 유물의 온전한 전시와 보존을 위한 냉방·습도 조절 및 보안장치도 미흡하다.

지속적인 유물 환수도 숙제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성혼례 장면을 보여주는 최초의 유물인 우루크 항아리(기원전 35세기), 스스로 신의 지위에 오른 통치자 나람신의 청동상(기원전 24세기) 등 박물관을 대표하는 세계적 보물들은 약탈당한 뒤 여전히 실종 상태다. 금과 진주로 장식한 암사자상, 고대 시문, 별자리 지도 등 고대 문명과 생활상을 보여주는 각종 유물들도 골동품 암시장으로 숨어들었다.

미국은 침공 초기 이라크 정유시설에는 대규모 병력을 배치한 반면 박물관 보호에는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아 유물 약탈과 ‘반달리즘’(유물 파괴)을 방조했다는 비난을 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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