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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사우디에 첫 여성차관 “20년동안 최대의 변화”

등록 2009-02-15 20:49

여성의 운전을 전면 금지할 만큼 이슬람 보수주의 색채가 강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상 첫 여성차관이 임명돼 변화의 바람에 대한 기대가 일고 있다.

사우디의 압둘라 국왕은 14일 개각에서 교육부 차관에 노라 알파예즈 공공행정연구소 여성분야 사무국장을 임명했다고 현지 일간 <아랍뉴스>가 15일 보도했다. 알파예즈 신임 차관은 “나만이 아니라 모든 사우디 여성의 명예”라며 “긍정적 변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알파예즈 신임 차관은 1982년 학교 교사에 임용된 이래 교육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왔으며, 남편도 아내의 공직생활을 적극 외조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개각에서는 지난해 ‘비도덕적’인 내용을 방송하는 위성텔레비전 소유주들을 살해해도 된다는 판결을 내렸던 셰이크 살레 알리헤단 최고사법위원회 위원장과 공포의 대상인 종교경찰(무타와)의 이브라힘 알가이트 위원장도 경질됐다.

압둘라 국왕이 사우디의 보수적 종교기구들을 견제하고 본격적인 개혁의 시동을 거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온다. 사우디 정부 자문기구인 슈라위원회의 모하마드 알줄파 위원은 <아에프페>(AFP) 통신에 “이건 하나의 전환점이며, 최근 20년 동안 최대의 변화”라며 “국민들은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5년 즉위한 압둘라 국왕은 청렴한 성품으로 국민적 신망을 받고 있으며, 친서방 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이슬람 우선주의와 아랍 민족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많은 사우디 국민들은 알파예즈 차관 임명을 반기며 희망감을 내비쳤다. 사우디 교육당국의 한 여성 감독관은 “이것은 훌륭한 일보 전진이다. 항상 남성들이 고위직을 차지해왔으며, 여성들은 그 문제점과 여성동료들이 직면하고 있는 도전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에파트 대학의 하이파 자말 알라일 학장은 여성 차관 임명은 많은 여성들에게 사우디의 발전에 공헌하기 위해 지도적 지위에 진출하는 것에 대한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변화를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킹사우드 대학의 칼레드 알라디한 교수는 “여성차관 임명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보수적 흐름이 여전히 있다”며 “알파예즈 차관이 잘 해내면 변화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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