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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스라엘 집권당 총선 우파 과반장악…중동평화 ‘암운’

등록 2009-02-11 21:13수정 2009-02-12 02:06

이스라엘의 집권 카디마당 대표인 치피 리브니 외무장관이 11일 텔아비브에서 카디마당이 제1당이 됐다는 총선 결과를 듣고 기뻐하고 있다.  텔아비브/AP 연합
이스라엘의 집권 카디마당 대표인 치피 리브니 외무장관이 11일 텔아비브에서 카디마당이 제1당이 됐다는 총선 결과를 듣고 기뻐하고 있다. 텔아비브/AP 연합
중도 카디마당 막판역전 불구 ‘범우파’에 과반 뺏겨
주도권 다툼 치열…중동 평화협상도 난항 예고

중동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10일 이스라엘 총선에서 중도 성향의 집권 카디마당이 예상을 뒤엎고 제1당 지위를 지켰다. 최근 1년여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해온 우파 리쿠드당은 1석 차이로 뒤졌다. 그러나, 범 보수우파 진영이 전체 의석 수에서 과반을 차지해, 향후 연정 구성이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 우파의 약진, 중도·좌파의 참패 이스라엘 중앙선관위가 11일 밝힌 개표 결과를 보면, 치피 리브니 외무장관이 이끄는 카디마당이 전체 120석 중 28석으로 최다 의석을 차지했으며, 베냐민 네타냐후의 리쿠드당이 27석으로 뒤를 이었다. 또 극우정당인 이스라엘베이테누가 15석을 차지해 원내 제3당으로 올라섰다.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의 중도좌파 노동당은 13석을 얻는데 그쳤다. 최종집계는 부재자 표의 개표가 완료되는 12일 오후께 나올 전망이다.

리브니 외무장관은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오늘 이스라엘 국민은 카디마당을 선택했다”며 “우리가 다음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힘이 실리지는 않았다. 리브니는 이미 지난해 9월 집권 카디마당 대표에 선출되면서 총리직에 오를 기회가 있었으나, 유대교 정당인 샤스당의 불참으로 연정 구성에 실패했다. 이번 총선도 겉으로는 승리의 여신이 리브니의 손을 들어준 것 같지만, 전체적으론 범우파 진영에 미소를 지어준 셈이다.

바라크 국방장관은 10일 밤 당사에서 “선거 결과는 우리가 실수에서 배울 것을 요구한다”며 “우리가 연정에 참여하든 야당으로 남든간에 정국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치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온건좌파 성향의 메레츠당 당수인 하임 오론도 이날 “(총선에서) 좌파가 큰 타격을 받았다. 우리의 기대치가 너무 높았다”고 고백했다고 <에루살렘 포스트>가 전했다.

■ 보수연정이냐 거국내각이냐 이스라엘은 총선에 참가한 정당 가운데 2% 이상 득표한 당들이 의석을 득표비율대로 나눠갖는다. 이번 총선에서도 상위 5개 정당의 의석이 100석을 육박해, 이들의 합종연횡이 향후 정국을 결정지을 전망이다. 시몬 페레스 대통령은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은 쪽, 일반적으로는 제1당에 내각 구성 권한을 준다. 그러나 해당 정당이 6주 안에 정부 구성을 마치지 못하면, 다른 정당에 4주 동안의 조각 기회를 준다.

네나탸후는 10일 지지자들에게 “내가 다음 정부를 구성할 것으로 확신한다. 나는 이스라엘의 모든 세력을 통합하고 나라를 이끌 능력이 있다”고 호언했다. 보수 대연정 구상을 내비친 발언이다. <아에프페>(AFP)통신은 11일 “이스라엘의 정치시스템상 최다 의석 정당이 반드시 차기 총리를 내는 것은 아니며, 네타냐후 리쿠드당 대표가 우파 진영의 압도적 득표에 힘입어 총리직에 오를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다.

보수연정에 맞선 중도좌파 연합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스라엘 유력 일간 <하레츠>는 11일 “총선의 바람직한 결과는 이념상 큰 차이가 없는 카디마당과 노동당이 합병해 단일정당을 구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떤 연정조합에서도 주축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군소정당들로 찢어진 현행 정치지형을 안정화할 수 있다는 점이 근거다.

그러나 중도 및 좌파 진영과 보수·우파 진영이 초박빙의 접전을 벌인만큼, 전격적인 거국내각이 구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주도권 다툼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총선 주요정당 확보 의석
이스라엘 총선 주요정당 확보 의석
■ 먹구름 짙어진 중동평화 최창모 건국대 히브리중동학과 교수는 “이번 우파의 약진은 가자전쟁의 여파와 좌우를 막론한 이스라엘 정치권의 안보위협론에 이스라엘 사회가 전반적으로 우경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집권 카디마당이 총리직을 유지한다 해도 실질적인 정책 방향은 우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과반 의석을 확보한 우파 정당들의 협력 없이는 정국 운영은커녕 연정구성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동평화 협상에도 먹구름이 짙어졌다. <에이피>(AP)통신은 11일 “누가 총리가 되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신속한 평화행진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타냐후는 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의 핵심 원칙인 ‘영토와 평화의 교환’보다는 유대인 정착촌 확대와 군사적 대응을 선호한다. 리브니는 ‘땅과 평화의 교환’을 주장하지만 우파 다수 의회에서 그런 구상이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팔레스타인의 반응도 차갑기만 하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평화협상 대표인 사에브 에레카트는 11일 <알자지라>에 “이스라엘 총선 결과를 매우 유심히 살펴본 결과, 어떤 형태의 연정도 평화 요구를 충족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하마스의 오사마 함단 대변인도 “카디마 정부든 리쿠드 정부든 팔레스타인에 적대적인 점에선 거의 차이가 없다”며, “다만 네타냐후나 우파와 달리, 카디마당의 치피 리브니는 서방과 미국의 방어를 받을 수 있는 부드러운 방식의 적대정책을 구사할 뿐”이라고 폄하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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