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이후 가자지구]
아랍권 지원 단결…EU ‘하마스 빠져야 지원’
아랍권 지원 단결…EU ‘하마스 빠져야 지원’
유례를 찾기 힘든 무차별 폭력이 휩쓸고 지나간 가자지구의 복구와 재건을 둘러싸고 주변 세력들이 씨름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의 침공에 무기력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유럽과 주변 아랍국들도 앞다퉈 가자 재건에 뛰어들고 있다. 겉으론 인도적 지원을 내걸지만, 속으론 팔레스타인 민심 장악, 또는 하마스와 가자 주민 격리라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20일 “가자 재건이 벌써부터 특이한 문제들에 부닥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난해한 제건사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문은 △막대한 피해 규모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가자봉쇄 △선거로 선출된 권력인 하마스를 배제하려는 시도 등을 근거로 꼽았다.
22일에 걸친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으로 400여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1300여명이 숨졌고 5300여명이 다쳤다. 2만 세대 12만명의 살림집이 부서졌고, 4천채는 완전히 파괴됐다. 전체인구의 3분의1은 식수와 전기도 없이 추위에 떨고 있다. 하마스 당국은 건물과 도로, 발전시설이 입은 피해만도 1조4천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일 외국의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가자 지구를 방문해, 파괴된 유엔 관련 시설 등을 돌아보고 희생자들을 위로했다. 반 총장은 또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와 유엔 중동평화특별조정기구를 방문해 피해 상황과 인도적 지원 및 복구 계획을 보고받았다.
아랍연맹 소속 22개국 정상들은 19일 쿠웨이트에서 열린 아랍 경제 정상회의에 참석해 가자지구 재건 지원을 약속하며 아랍권의 단결을 다짐했다고 <아에프페> 등이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쿠웨이트는 가자지구의 유엔기구에 3400만 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아랍연맹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20억 달러의 가자 재건 자금 조성안을 승인할 예정이다.
유럽에서도 영국이 2천만 파운드(약 400억원)의 구호금 지원 방침을 밝혔고, 프랑스는 비상식수 지원 구호팀을 파견키로 했다. 유럽연합(EU)은 21일 이스라엘에 이어, 25일 이집트·요르단·터키·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잇따라 외무장관 회담을 열어, 이스라엘-하마스 간 영속적 휴전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유럽연합은 그러나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한 가자지구 재건을 위한 지원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베니타 페레로-발트너 유럽연합 대외관계 집행위원은 19일 “온건파인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가자를 재장악한다면 국제적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며 하마스 배제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이번 전쟁으로 가자 주민들 사이에 하마스의 구심력은 오히려 더 강해졌다. 이스라엘의 애초 의도와는 정반대다. 2007년 팔레스타인 내전 당시 하마스와 맞서 싸웠던 아메드 알술탄은 20일 <월스트리트 저널>에 “이젠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민중을 지켜줄 유일한 보호자”라며 “나는 그들이 어떻게 싸우는지와 용기와 희생을 봤고, 그들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그러나 이번 전쟁으로 가자 주민들 사이에 하마스의 구심력은 오히려 더 강해졌다. 이스라엘의 애초 의도와는 정반대다. 2007년 팔레스타인 내전 당시 하마스와 맞서 싸웠던 아메드 알술탄은 20일 <월스트리트 저널>에 “이젠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민중을 지켜줄 유일한 보호자”라며 “나는 그들이 어떻게 싸우는지와 용기와 희생을 봤고, 그들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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