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동·아프리카

이스라엘군 백기 든 피난민에게도 총질

등록 2009-01-16 10:59

유엔기구 본부 포격 등 전쟁범죄 보고 잇따라
 가자지구를 침공한 이스라엘군의 민간인에 대한 전쟁범죄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백기를 들고 피란길에 나선 여성과 어린이들에까지 총을 쏴 숨지게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15일(현지 시각) “이스라엘군이 전투지역을 탈출하려던 민간인들까지 총격을 가했다는 내용의 자세한 증언들이 자사와 이스라엘 인권단체에 계속 접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집트 접경 쿠자마을 주민인 무니르 샤피크 알나자르는 <비비시>에, 지난 12일 아침 이스라엘군의 포격으로 파괴된 집을 떠나 일가친척 75명과 함께 빈 집으로 피신했다가 겪었던 일을 털어놨다.

 “집을 포위한 이스라엘군이 ‘집을 떠나 학교로 가라. 여성들 먼저, 남자들이 다음 차례’라고 확성기 방송을 했다. 식구들은 2명씩 짝지어 나가기로 했다. 맨 먼저 사촌의 아내와 조카딸이 집을 나서는 순간 15m 가량 떨어져 있던 이스라엘군이 총을 쐈다. 사촌 아내는 머리에 총탄을 맞아 즉사했고, 조카딸은 허벅지에 총상을 입고 기어서 도망쳐왔다. 80살 노인을 포함해 다른 친척 3명도 목숨을 잃었다. 모든 어른들은 백기를 들고 있었고, 이스라엘군은 매우 가까이 있었으므로 노인을 식별할 수 있었다. 우리가 피난하려 하면 이스라엘군은 탱크 위에서 기관총을 쏜다.”

 또다른 피란민 가족은 교전 지역의 집안에 갇혀 있다가 이스라엘군의 ‘하루 세 시간 공격중지’ 시간에 먹을 것과 물을 구하러 집 밖에 나서는 순간 총격을 받았다. 제이툰 마을에서 17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35명의 일가친척과 함께 열흘째 갇혀있는 다우드 슈테위는 <비비시>와의 전화 통화에서 “물·음식·약품이 떨어졌고 전기도 끊겼지만, 총격 탓에 창밖을 내다볼 수 조차 없다”고 하소연했다. 제이툰 마을은 이스라엘군이 부모의 주검 옆에서 굶주리고 있는 어린이 4명을 나흘간 방치하고, 한집에 110명의 민간인을 몰아넣고 포격해 30여명을 숨지게 했던 곳이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베첼렘이 공개한 사례도 이와 비슷하다. 가자시티 남부 주하르알디크 마을의 유세프 아부 하자지는 “어머니와 누나가 백기를 들고 어린 아이들과 함께 집을 나서다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아 숨졌으며, 이스라엘군 탱크가 집에 포탄을 발사해 부숴버렸다”고 말했다. 이런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이슬람권의 민간구호단체인 적신월사는 “사망자와 부상자를 포함해 고립된 민간인들을 구출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혀왔다.

 이스라엘군은 “이런 보도들은 근거가 없으며, 우리는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야콥 달랄은 “하마스가 민간인 주거지에서 공격중지 시간을 로켓탄을 발사하는 기회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유엔과 국제인권단체들은 △민간인 피해을 예상하고도 주거지역 폭격 △국제법상 금지무기 사용 △인간방패 전술 △의료시설과 구급차 공격 등 이스라엘군의 전쟁범죄 혐의에 대해 진상조사와 국제사법재판소 회부 등 제재조처를 강구하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15일 가자시티에 있는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본부 건물에 포탄을 쏴 최소 3명이 다쳤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목격자들과 유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마침 휴전 중재를 위해 이스라엘을 방문 중이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이스라엘에 강력히 항의하고 경위조사를 요구했으며,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반 총장에게 “중대한 실수”라고 해명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