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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가자, 눈물과 피로 얼룩진 ‘문명의 교차로’

등록 2009-01-15 18:58수정 2009-01-15 23:27

※사진을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점령 38년’ 민중들 ‘인티파다’로 맞서
사망자 1천명 넘어…가옥 4천채 파손
비운의 역사

‘새장’ ‘감옥’.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일컫는 말들이다. 동쪽과 북쪽 경계는 이스라엘의 철망이 가로막았다. 남쪽 국경은 난민 유입을 막고 하마스 정부를 견제하려는 이집트가 폐쇄했다. 서쪽 지중해로 가는 길과 하늘도 이스라엘이 통제한다. 새장은 좁지만 날 수도 있고, 감옥에서도 학살은 없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문명의 교차로였던 가자는 이제 거대한 무덤으로 변하고 있다. 이스라엘 침공 20일째를 맞은 15일 팔레스타인 희생자는 1천명을 넘어섰다. 어린이가 300명 이상이다. 부상자도 5천명이다. 파괴된 가옥 4천채 등 피해액은 최소 14억달러에 이른다.

가자의 역사는 눈물과 피로 얼룩져 있다. 성경 속 눈먼 삼손이 가자의 사원을 무너뜨렸던 게 재앙의 시작을 알린 것일까? 1517년부터 오토만 제국의 지배를 받다가, 1920년부터 영국의 식민지로 전락한다.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자, 제국주의 영국의 지원을 받은 이스라엘 건국이라는 ‘재앙’이 기다렸다. 1947년 유엔의 팔레스타인 분할 결의를 거부했다. 갑자기 ‘2천년 전 우리 조상이 살았던 곳이니 나가라’는 이스라엘의 요구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 곧이은 1차 중동전쟁으로 길이 45㎞, 너비 10㎞의 기다란 땅 가자지구의 경계선이 그어졌다. 이때 가자의 주인은 이집트로 바뀌었다. 가자는 이스라엘 땅에서 쫓겨나거나 피란온 이들로 넘쳐났다. <알자지라>는 15일 당시 쫓겨났지만 언젠가 돌아갈 고향을 그리며 아직도 고향집 열쇠를 간직하고 사는 한 노인을 소개했다. 1956년, 이스라엘은 수에즈 운하를 차지하려는 영국 전략의 일환으로 가자를 세번째로 침략한 뒤 넉달 만에 물러난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으로 이스라엘은 가자를 완전히 점령했다.

이스라엘의 점령은 2005년 9월 철수할 때까지 38년간 계속됐다. 8천여 이스라엘인들이 ‘정착촌’을 지어 가자 땅의 약 25%를 차지했다. 이스라엘의 점령 통치에 맞선 팔레스타인인들의 무장 저항이 이어졌고, 1987년과 2000년 이스라엘에 맞선 민중봉기(인티파다)로 6천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군이 물러났지만,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2006년 총선에서 승리한 하마스가 다음해 6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주요세력인 파타와의 내전 끝에 가자를 점령하자, 이스라엘은 하마스 정권을 고사시키기 위해 봉쇄를 시작했다. 하마스의 로켓이 이스라엘에 떨어지면, 이스라엘은 ‘징벌’로 전기를 끊어버렸다.

인권단체들은 지난해 가자가 1967년 이스라엘 점령 이후 최악의 상태에 처했다고 보고했다. 봉쇄정책으로 경제 기반을 모두 빼앗긴 채 가자 주민 150만명 대부분은 8개 난민캠프에서 유엔의 지원에 기대 생계를 이어갔다. 그리고 지난해 12월27일 이스라엘 전투기가 가자를 폭격하며 침공을 시작했다.

<알자지라>는 15일 “가자 하늘에 쏟아지는 폭탄과 로켓탄은 죽음과 공포의 흔적일 뿐 아니라, 과거의 뼈아픈 고통을 떠올리게 한다”고 전했다. 보수 성향의 영국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승리하더라도, 지난 수백년 역사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잔혹한 무력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스라엘은 약속한 팔레스타인 국가가 수립될 수 있도록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를 기꺼이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2개 국가 공존안이 죽음의 악순환을 끊을 답이라는 것이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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