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서방 이집트계 ‘무능력 중재’ 위상 흔들
시리아·카타르, 견제강화…역학관계 ‘꿈틀’
시리아·카타르, 견제강화…역학관계 ‘꿈틀’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을 둘러싸고 아랍 국가들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휴전협상 테이블이 향후 중동의 주도권을 놓고 이집트와 시리아가 맞붙는 ‘아랍 냉전’의 전장이 되고 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14일 보도했다.
친서방 성향의 이집트 진영에는 미국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이 포진해 있고, 반대쪽 시리아 진영에는 카타르, 예멘, 알제리와 비아랍계인 이란 등이 가세하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분석가인 나딤 셰하디는 “이집트가 서방과 하마스의 중재자를 자임하며 나름의 위상을 지키려 하고, 시리아 진영은 이집트의 주도적 구실을 빼앗아 중동의 전략적 힘을 자기 쪽으로 옮겨오려 한다”고 분석했다. 시리아 진영이 후원하는 하마스가 ‘생존’과 ‘승리’를 거둘 수 있다면 시리아 진영으로 전략적 추가 옮겨갈 수 있고, 하마스가 무력화된다면 이집트 진영의 기득권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휴전협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집트의 중재 능력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세로 가자의 사망자가 1천명을 넘어선 가운데 휴전협상의 진전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이집트에 뿌리를 둔 이슬람주의 단체 무슬림형제단에 극도의 혐오감을 갖고 있는 게 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마스는 무슬림형제단의 팔레스타인 분파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집트가 하마스의 무기 도입을 엄격히 차단할 자국의 휴전안을 받아들이도록 하마스를 압박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카타르는 13일 가자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아랍연맹 정상회담을 제의했지만, 이집트는 비공식 회담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카타르의 제안은 아직 정상회담 개최에 필요한 14개국 이상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다.
서방의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전쟁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은 하마스가 가자지구의 ‘실용파’와 시리아에 망명중인 ‘강경파’로 갈라설 가능성도 점친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13일 이집트와 이스라엘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가자지구의 하마스 조직과 협상대표단은 휴전을 바라고 있지만, 시리아 등에 망명한 하마스 지도부가 항전을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 정치국 고위관리인 모하마드 나잘은 “그런 시각은 하마스의 분열을 노리는 심리전”이라고 일축했다.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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