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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하마스 ‘무력화냐 제2헤즈볼라냐’ 기로

등록 2008-12-29 20:04수정 2008-12-29 23:34

제한적 침공 예상…생존시 되레 세력 커질수도
[이스라엘 전면전 선포]

이스라엘군의 탱크들이 가자지구 접경 지대에서 엔진 소리를 높이면서, 하마스와 가자지구가 새로운 운명의 갈림길에 섰다.

하마스와 가자의 운명은 이스라엘이 이번 침공을 어떤 식으로 전개하고 하마스가 어떻게 대응할지에 달려 있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29일 하마스에 전면전을 선포했다. 이스라엘의 우선적인 목표는 무장단체 하마스의 무력화다. 이를 위해 지상군을 가자지구에 진입시킬 태세이고, 필요하다면 가자 지구를 완전히 재점령하고 하마스 뿌리뽑기에 나설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에선 이스라엘이 하마스 세력을 무력화하는 제한적 침공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며, 바라크 장관의 전면전 선포를 압박용으로 해석한기도 한다. 이스라엘 군 고위 관리는 “우리 목표는 이스라엘 민간인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을 제지하고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안보 상황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2006년 이슬람 무장세력 헤즈볼라를 겨냥했던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을 연상시킨다. <뉴욕 타임스>는 29일 “이스라엘의 가자 작전은 우선적으로 하마스의 로켓탄 공세와 군사력 확대를 끝내려는 것이지만, 이와 동시에 2006년 헤즈볼라 소탕을 위한 레바논 침공이 실패했던 기억을 씻어내고, 자국의 전쟁 억지력을 복원하려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태가 이스라엘의 의도대로 전개될지는 불확실하다. 2006년 레바논 침공 때도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무력화를 다짐했으나, 오히려 헤즈볼라의 위상을 높여주기만 했다. 하마스도 28일 이스라엘에 결사항전을 다짐하며 자살폭탄 공격을 포함한 전면적 인티파다(민중 봉기)를 촉구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스라엘 집권세력이 하마스를 휴전으로 유도하고 이스라엘 영토에 대한 로켓포탄 공격 위협을 해소한다면 유능한 지도자로 떠오르겠지만, 반대로 이번 침공이 재앙적 결과를 낳는다면 오히려 하마스가 위세를 얻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찬기 건국대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이스라엘이 세계의 비난을 감수하고 가자 침공을 감행한 이상, 내년 2월 총선 때까지만이라도 하마스를 군사적으로 무력화하는 공격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마스로서는 내년 2월 이스라엘의 총선 이후까지 군사적으로 생존하면서, 자살폭탄 공격과 게릴라전을 이어간다면, 2006년 레바논 전쟁 때처럼 이스라엘 쪽을 궁지에 몰 수도 있다.

하지만 하마스가 지금 처한 상황은 곤궁하다. 이스라엘의 봉쇄에 따라 외부 세계의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넉넉한 지원을 못받는데다, 좁은 가자지구에 갇힌 상태다. 지난 2006년 때 헤즈볼라와는 비교가 안 된다. 잘 훈련된 정예부대를 보유하고 이란과 시리아 등으로부터 군사적·재정적 지원을 받고 활동공간이 넓었던 헤즈볼라처럼 항전할 것으로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결국 하마스를 군사적으로 신속히 무력화할 수 있는 이스라엘 쪽의 작전 능력, 그리고 이에 대항하는 하마스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 사이의 정치·군사 결속력이 이번 전쟁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두 경우 모두 가자 지구 주민들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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