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이슬라엘군, 가자지구서 공방
예수가 태어난 땅에서도 성탄절을 맞았지만, 한쪽에서는 축하와 경배가, 다른 한쪽에서는 증오의 총성이 엇갈렸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 베들레헴에는 세계 각지에서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수천명의 순례객이 몰려들었다고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25일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수백명의 보안군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팔레스타인 정부는 다음주까지 4만명의 순례객이 베들레헴을 방문할 것으로 전망했다.
순례객들이 베들레헴을 방문하기 위해선 곳곳에 설치된 이스라엘 군 검문소를 통과해야 한다. 처음으로 베들레헴을 찾은 미국 여성 엠마 세리니(20)는 “검문소와 분리장벽을 통과하는 것은 정말 끔찍했지만, 베들레헴에 와보니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슬람 무장저항단체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의 주민들이 베들레헴을 순례하는 것은 외국인들보다도 훨씬 어렵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완전봉쇄하고 있는데다, 이스라엘 당국의 ‘허가’를 얻어야만 가자지구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에도 900여명의 가자 주민이 베들레헴 방문을 신청했으나 허가를 받은 이는 300여명에 불과했다.
한편 가자지구에서는 크리스마스 전날과 당일에도 하마스와 이스라엘군 간에 로켓포와 전투기를 동원한 공방이 이어졌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이 전했다. 하마스는 24일 최소 60여발의 로켓탄을 이스라엘 쪽에 퍼부었다. 전날 하마스 무장대원 3명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숨진 데 대한 보복공격이었다. 이스라엘 군도 이날 가자지구 남부의 하마스 로켓탄 진지에 대한 보복 공습으로 대응했다.
하마스는 최근 시한이 만료된 6개월 휴전 기간 동안 이스라엘이 가자 봉쇄 해제 등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가자 봉쇄를 완화하기 시작했으나 하마스가 로켓공격과 무기 밀수를 계솟하면서 휴전협정을 위반했다고 맞서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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