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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뭄바이 테러’ 현장
역·호텔 등서 수류탄까지…영·미국인 인질 세워 사상자 더 늘듯
26일 밤 9시를 넘긴 시각. 뭄바이의 상징 ‘인도의 문’(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이 있는 해안가로 한 무리의 무장세력이 상륙했다. 고풍스런 호텔인 인근 타지마할 호텔과 오베로이 호텔을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이들은 시가전 형태의 동시다발 테러공격에 들어갔다.
“로비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총소리가 나더니, 같이 타고 있던 일본인 남자가 쓰러졌다. 미친듯이 ‘닫힘’ 버튼을 눌렀으나, 그의 다리가 걸려 문이 닫히지 않았다.”
영국인 사업가 앨런 존스는 이날 동시 테러공격에서 피신하던 중 긴박했던 순간을 <비비시>(BBC) 방송에 털어놨다. 오베로이 호텔에 투숙하고 있던 그는 무장대원이 들이닥친 로비를 가까스로 벗어나 결국 호텔 탈출에 성공했다.
타지마할 호텔의 한국-인도 경제인 모임에 참석했던 현지 한국인 26명도 위기를 넘겼다. 건물 꼭대기층인 19층에서 4시간 반 가량 꼼짝 못하다가 새벽 3시께 가까스로 탈출했다.
무장세력은 시내 곳곳에서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 영국인과 미국인을 중심으로, 한 랍비(유대교 성직자) 가족도 인질로 붙잡혔다. 관광지·숙박업소가 주요 공격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외국인, 그 중에서도 이슬람 세계와 갈등 관계인 미·영·이스라엘 국민들이 목표였던 것으로 보인다.
무장 세력은 주로 시 남부를 중심으로 철도역, 호텔, 지하철역과 시장, 병원 등 적어도 10곳에서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했다. 이들은 길거리 시민들에게 총기를 난사했고, 주유소가 폭발하기도 했다.
27일 오후 9시(현지시각)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외국인을 포함해 125명, 부상자는 327명에 이르고 있다. 인질극이 완전히 진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지 언론은 부상자 규모가 900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무장세력의 정체는 물론 피해 규모도 정확히 집계되지 않는 가운데, 추가 공격을 우려한 시민들이 발길을 끊은 시내는 썰렁해졌다. 뭄바이 총영사관 강기택 영사는 27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학교들은 휴교했고 상가는 철시해, 마치 통금령이 내려진 듯하다”며 “전쟁 다음날 풍경이 이럴까 싶다”고 말했다. 자국민이 숨지거나 인질로 붙잡혀 있는 미국과 영국은 물론, 중국·캐나다·유엔 및 유럽연합 등으로부터 비난 성명이 쇄도하는 가운데,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현지에 조사대를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27일 뭄바이 증시는 하루 휴장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무장세력의 정체는 물론 피해 규모도 정확히 집계되지 않는 가운데, 추가 공격을 우려한 시민들이 발길을 끊은 시내는 썰렁해졌다. 뭄바이 총영사관 강기택 영사는 27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학교들은 휴교했고 상가는 철시해, 마치 통금령이 내려진 듯하다”며 “전쟁 다음날 풍경이 이럴까 싶다”고 말했다. 자국민이 숨지거나 인질로 붙잡혀 있는 미국과 영국은 물론, 중국·캐나다·유엔 및 유럽연합 등으로부터 비난 성명이 쇄도하는 가운데,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현지에 조사대를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27일 뭄바이 증시는 하루 휴장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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