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대사·미 군무원등 사망… 대테러전 관련 혼란도
파키스탄의 심장부에서 발생한 20일 메리엇 호텔 테러 사건은 파키스탄 외교가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파키스탄 당국과 여러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테러로 이보 즈다레크 체코 대사와 미국 군무원 2명, 베트남인 1명이 숨지고, 덴마크 정보요원과 미 국무부 인부가 실종됐다. 다친 외국인은 확인된 수치만 7개국 13명이다. 영국 브리티시 항공은 수도 이슬라마바드 운항을 잠정 중단했다.
미군 당국은 미국 대사관 소속 군무원 2명이 숨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시엔엔>(CNN)이 22일 보도했다. 방송은 특히 “브리티시 항공은 20일 테러 소식이 전해지자 그날 밤 예정됐던 비행기 운항을 취소했으며, 이번주 운항 여부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덴마크 외무부도 21일 자국 대사관 소속 정보요원 1명이 실종됐다고 확인했다.
외교관 등 외국인 사상자가 여럿 나온 데 대해 파키스탄 정부의 공식 반응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연정을 탈퇴한 파키스탄 무슬림리그―나와즈(PML-N)의 나와즈 샤리프 총재가 “체코 대사의 사망은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라고 애도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21일 이번 자살폭탄 테러의 배후 규명 조사에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협력하겠다는 제안을 거부했다고 <유에스에이 투데이>가 22일 보도했다. 비영리 민간단체인 국제위기그룹의 사미아 아메드 남아시아 지부장은 “메리엇 호텔 자폭공격은 파키스탄이 미국의 전쟁을 지원하는 것을 둘러싼 논란을 더욱 격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자국 주재 외국인들의 피해에 대한 파키스탄 정부의 침묵은 친서방 성향의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신임 대통령이 아직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지 못한데다, 미군의 대테러 군사작전에 대한 자국민의 극도의 반감을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파키스탄 정부는 아프간 주둔 미군이 최근 파키스탄 국경을 침범해 테러소탕 작전을 감행하면서 자국민의 반미감정을 자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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