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니스트 집안 출신…비밀요원 활동도
샤론 영향에 이념전환…중동정세 변화 기대
샤론 영향에 이념전환…중동정세 변화 기대
극렬 시오니스트 집안 출신의 비밀 정보원에서 이스라엘 총리로!
치피 리브니(50)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18일 집권 카디마당의 대표로 당선했다.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하는 이변이 없는 한 골다 메이어 전 총리(1969~1974)에 이어 이스라엘의 두 번째 여성 총리가 된다. 유화론자인 그가 총리에 취임한다면 중동 정세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리브니 장관은 전날 치러진 당 대표 경선투표에서 43.1%의 표를 얻어, 샤울 모파즈 교통장관을 1.1%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가까스로 승리했다고 현지 일간 <하레츠>가 보도했다. 리브니 장관은 당선 직후 “당원들이 이스라엘에 바라는 미래를 투표로 표현했다”며 “무거운 경외감으로 당 대표직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리브니 장관은 유대 민족주의인 시오니즘 무장조직 ‘이르군’의 지도자 에이탄 리브니의 딸로 태어났다. 이르군은 1946년 91명의 목숨을 앗아간 킹데이비드 호텔 폭파 사건과 1948년 예루살렘 인근 아랍마을 주민 250여명 학살 사건으로 유명한 극우 시오니즘 단체다. 리브니는 20대에 장교로 군 복무를 마치고 1980년부터 4년간 대외정보기관인 모사드의 비밀요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10년간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다가 1999년에 보수우파 리쿠드당 소속 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자신의 이력과는 달리 그는 이스라엘의 가장 민감한 현안인 팔레스타인 문제의 해법으로 ‘영토와 평화의 교환’을 주장하는 평화공존론자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17일 “리브니 장관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 상호 불개입 원칙과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의 지지자가 된 것은 이념적으로 중대한 변화”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변환에는 아리엘 샤론 전 총리의 영향이 컸다. 리브니는 2005년 샤론 전 총리를 따라 리쿠드당을 탈당해 중도 성향의 카디마당 창당에 참여했다. 샤론 정부(2001~2006년) 시절에 지역협력부, 법무부 등 여러 장관직을 두루 거쳤다. 현 정부에선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팀을 이끌면서 이스라엘 정계의 샛별로 떠올랐다. 지난해엔 미국 <타임>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도 선정됐다. 그는 1967년 6일 전쟁 때 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땅의 대부분을 양보해야 유대국가로서의 이스라엘을 보존할 수 있다는 샤론 전 총리의 신념을 철저히 따른다. 2006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는 “이스라엘 전역에서 유대인의 권리가 지켜져야 한다는 꿈과 민주주의적 가치를 지키는 삶 중에서 선택하라면, 나는 땅의 일부를 포기하는 쪽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리브니 장관은 국내에서 대중적 인기가 높다. 부패 혐의로 기소될 위기에 놓인 에후드 올메르트 현 총리의 뒤를 이을 ‘이스라엘의 미즈 클린’이라는 찬사도 받는다. 그러나 국가안보관과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회계사인 남편과 두 아들이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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