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마르 카다피(사진)
카다피 “더 이상 전쟁·테러 없다”
제3세계 반미투쟁의 선봉을 자임했던 리비아가 미국과의 적대관계 종식을 선언했다. 또 이탈리아와의 협상에서 65년 만에 식민통치 시절의 피해에 대한 사과 표명과 막대한 규모의 보상금 지급에 합의했다. 미국 등 서방과의 오랜 대립을 끝내고 본격적인 실용주의로 나서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무아마르 카다피(사진) 국가원수는 1일 자신의 집권 39돌 기념행사에서 “리비아와 미국 간의 갈등은 완전히 끝났다”며 “더 이상의 전쟁도, 공격도, 테러 행위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최근 리비아는 1988년 영국 로커비에서 발생한 미국 팬암기 폭파 사건에 대한 책임을 전격적으로 인정하고 희생자 270명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합의로) 1986년 미국의 트리폴리와 뱅가지 폭격으로 숨진 리비아 국민들도 미국 정부의 보상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은 이번 주말께 리비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미 국무부 장관이 리비아를 방문하는 것은 1953년 이래 55년 만이다. 리비아는 2003년 대량파괴무기 개발 계획을 포기하면서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지는 등 적극적으로 서방과의 관계를 개선해왔다. 그러나 카다피 원수는 “미국과는 친구도 아니고 적도 아니다. 미국은 우리를 내버려두고 우리도 미국을 내버려두자”며 양국관계 진전에는 분명히 선을 긋고 철저한 상호불간섭주의를 주장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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