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에 참전 중인 영국군이 교전 당사자인 이라크 무장세력과 황당한 밀약을 맺었다가 낭패를 봤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3일 “이라크 주둔 영국군 지휘관들이 자신들의 주둔지인 바스라를 범죄집단의 처분에 맡기는 깜짝 놀랄만한 비밀거래를 했다”고 폭로했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해 이라크에 주둔했던 영국군 지휘관인 리처드 아이언 대령과 단독인터뷰에서 밝혀졌다. 바스라는 이라크 남부의 유전지대에 있는 주요 도시로, 강경 반미 시아파 무장세력인 마디 민병대의 거점이기도 하다.
아이언 대령은 “지난해 가을 영국군은 수감중이던 마디 민병대의 간부 아메드 알파르투시로부터 ‘수감자를 석방하고 바스라에서 물러가면 공격을 멈출 수 있다’는 제안을 받고 120명의 수감자를 풀어준 뒤 철군까지 했지만, 바스라는 곧바로 무법지대가 됐다”고 증언했다. 아이언 대령은 “적들의 말만 믿고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다”며 “이해할 만한 구석은 있지만 그래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당시 현지 주둔 영국군은 적들의 제안을 받아들일 권리가 있는지에 대한 지침을 거의 갖고 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마디 민병대는 지난해 8∼9월 영국군이 바스라 지역의 치안권을 이라크 정부군과 경찰에 양도하고 물러나자마자 영국군 기지를 점령했다. 미군과 영국군, 이라크군은 지난 3월에야 대대적인 반격작전으로 바스라를 다시 장악했다. 영국군은 이때 전투로 철군 계획이 늦어지면서, 아직도 이라크에 4000여명이 주둔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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