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아프리카국민회의당이 마련한 넬슨 만델라전남아공대통령 90회 생일 기념식에서 연설하는 만델라전대통령(AP=연합뉴스)
올 초부터 축제·공연·강연회·책 출간 잇따라
누리집서 전세계 누리꾼들 축하메시지 받아
누리집서 전세계 누리꾼들 축하메시지 받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인종차별 철폐운동의 영웅 넬슨 만델라(사진) 전 대통령이 18일 아흔살 생일을 맞는다.
만델라는 쿠누의 자택에서 가족·지인 500여명과 함께 졸수 잔치를 연다. 근래 남아공에선 축제·공연·강연회 등이 곳곳에서 열렸고, 책 출간이 잇따랐다. 현지 일간 <타임스>는 17일치 기사에서 “마디바의 생일 축하행사는 올초부터 시작했으며, 내일 생일이 지난 뒤에도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마디바’는 만델라의 출신 부족에서 원로를 일컫는 존칭으로, 지금은 고유명사화돼 만델라를 일컫는 말이 됐다.
99년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만델라는, 자신의 이름을 딴 넬슨 만델라 재단 등 여러 인권기구와 빈곤퇴치 운동, 그리고 어린이 대상 사업의 지지·홍보활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해왔다. 지난해 생일에는 데스몬드 투투 주교,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 리자오싱 전 중국 외교부장 등 12명의 세계적인 지도자들과 더불어 ‘국제원로그룹’(The Elders)을 꾸려 세계 평화에 기여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2001년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만델라는 2003년부터는 공식석상에 나타나거나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눈에 띄게 줄었다. 85살이던 2004년에는 “더이상 나를 초청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는 내 쪽에서 연락을 먼저 하는 방식이었으면 좋겠다”며 ‘은퇴’를 발표했다. 엉뚱한 사망설도 나왔다. 2003년엔 <시엔엔>이 미리 준비했던 부고 기사가 유출돼 소동을 빚었다. 2007년엔 극우집단 쪽에서 ‘만델라가 죽었으므로 이제 백인학살이 시작될 것’이라는 악성소문을 퍼트렸다.
27년의 수감생활 끝에 1990년에 풀려난 뒤 그를 감금했던 정부까지도 용서한 만델라를 두고, <로이터> 통신은 “용서와 화합의 화신”이며 “그의 미소와 유머감각은 소중한 국제적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파이낸셜메일>은 그의 뒤를 이은 타보 음베키 현 대통령의 최근 실정에 빗대, “만델라는 나라를 합쳐놨는데, 음베키가 다시 쪼개놨다”며 그의 부재에 따른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영국에서 진행중인 에이즈 퇴치 운동 ‘46664’는 ‘세계 최대 온라인 생일카드’를 위해 누리집(happybirthdaymandela.com)을 만들어 전세계 누리꾼들로부터 축하 메시지를 받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부부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도 인사를 남겼다. 46664는 수감 당시 만델라의 죄수번호다. 그는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무장투쟁을 이끌며 인종차별 철폐운동을 벌이던 중 붙잡혀 기나긴 옥고를 치렀다. 9·11 이후 미국 정부의 테러리스트 명단에도 올라있던 그의 이름은 이달 들어서야 ‘오명’을 털어냈다.
생일축하 누리집의 소개글은 “34살에 변호사가 돼 정치를 시작하고, 46살에 수감된 뒤 72살에 풀려나 75살에 노벨상을 탔으며, 77살에 첫 흑인대통령이 된 뒤 81살에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었으며, 84살에 에이즈퇴치 운동을 시작한 그가 90살이 됐다”고 그의 인생을 요약하고 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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