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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스라엘 분리정책이 이슬람 극단주의 키워”

등록 2008-07-08 21:16

야세르 아베드 PLO 집행위원
야세르 아베드 PLO 집행위원
[인터뷰] 야세르 아베드 PLO 집행위원
“상상할 수도 없는 인권침해 자행”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아파도 10분 거리의 병원에 갈 수가 없습니다.”

 야세르 아베드 라보(63)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집행위원은 “예루살렘과 라말라는 본디 공동 생활권이었지만 지금은 남녀가 서로 결혼도 할 수 없을만큼 다른 지역이 됐다”며 “상상할 수도 없는 인권침해가 일상적으로 이뤄진다”고 분개했다.

 라보 위원은 파타당 소속으로, 야세르 아라파트 초대 PLO 의장과는 40년지기 정치적 동반자이자,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초대 문화공보장관을 역임한 정책 브레인이다. 이집트 카이로의 아메리칸대학에서 경제학과 정치학을 공부했다.

 라보 위원은 “이스라엘과 이슬람 양쪽의 극단주의자들이 조금도 양보하지 않으면서 신이 약속한 파라다이스를 추구하지만 양쪽 모두 똑같은 신을 섬긴다. 신이 우릴 갖고 장난치나?”라며 뼈있는 농담도 했다. 그는 “극단주의는 프래그머틱(실사구시)이 아니라 도그마틱(교조주의)일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의 상황부터 설명해달라


 =2002년 제2차 인티파다 이후로 자치지역 대부분에 이스라엘 정착촌과 군이 들어와 점령상태다.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해방기구 의장도 당시 2~3년간 가택연금됐었다. 2006년 팔레스타인 정치세력이 파타와 하마스로 분리된 이후, 요르단강 서안에서는 파타당 주도로 질서를 잡아가고 있지만 하마스가 있는 가자 지구는 심각한 상황이다. 라말라는 상대적으로 치안이 유지되고 있다. 시민들도 자체 안전을 위해 경찰에 협조하고 상업활동도 일정하게 이뤄지고 있다.

 600개가 넘는 이스라엘군의 검문소가 문제다. 팔레스타인의 마을과 마을, 생활과 생활을 단절시킨다. 교역과 상업활동에 지장이 막대하다. 분리장벽이 세워진 이후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다. 분리장벽은 서안과 이스라엘을 분리하는 게 아니라 자치지역 내 아랍인 거주 마을들을 고립화하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수립된 이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와 자치정부의 지위와 관계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가?

 =1994년 자치정부 출범 이후 PLO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자치정부가 경제·치안·국방·교육·문화 등 실질적인 자치 영역을 총괄하게 됐다. 이에 따라 PLO는 대외 업무와 정치적 역할의 비중이 더 높아졌다. 좋은 역할분담이 이뤄진 셈이다. PLO는 모든 팔레스타인 정치세력의 연합체이자 해외 망명정부다. 팔레스타인이 완전한 독립국가를 갖게 되면 PLO는 더이상 존재할 필요가 없어진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라곤 하지만 이스라엘이 세금 징수권 일부를 쥐고 있는데?

 답/그렇다. 현재 지방세는 자치정부가 걷지만 세관을 통과하는 세금은 이스라엘 정부가 징세권을 갖고 있으면서 정치적인 통제를 한다. 지난 5월에는 자치정부 총리가 유럽연합(EU)에 편지를 보냈다. “이스라엘이 정착촌을 계속 확장하면서 팔레스타인 땅을 착취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1월 애나폴리스 합의에 따른 평화로드맵에도 어긋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재정을 동결하면 우리도 대등한 조처를 취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랬더니 이스라엘이 재정지급 동결을 해제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작은 땅에 수백킬로미터의 분리장벽과 600개가 넘는 검문소가 설치돼 사람과 물자의 자유로운 통행을 로막고 있다. 최대의 장애요소다. 팔레스타인 경제는 이스라엘 경제와 밀접히 관련돼 있고 많은 부분을 의존한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차단해 물류유통이 안되다보니 경제에 타격이 상당하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의 실업률이 40%에 이른다.

 하마스가 극단으로 치닫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하마스를 극단주의자로 만든 것은 결국 이스라엘이다. 알카에다 등 테러 극단주의자들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구실로 이용한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채 이룰 수 없는 목표를 좇는다. 알라의 뜻으로 이스라엘을 쫓아내고 이슬람만의 국가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극우주의자들도 마찬가지로 유대인만의 국가를 꿈꾼다. 종교적 이념에 바탕해 ‘신이 약속한 파라다이스’를 추구한다. 그러나 양쪽은 모두 똑같은 신을 섬긴다. 신이 우릴 갖고 장난하는 것인가? 극단주의는 ‘프래그머틱’(실사구시)이 아니라 ‘도그마틱’(교조주의)이다.

 

 -이스라엘이 대화 의지보다는 강경책을 고수하는데도 파타당이 대화를 내세우는 것은 너무 무기력한 것은 아닌가?

 =해결책 없이 계속 협상만 한다면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불만을 터뜨린다. 그러면 우리 지지 기반이 없어진다. 하마스의 논리도 그런 것이다. 2년전 선거때 하마스의 중심구호가 “3년간 로켓탄 쐈더니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내주었다. 그런데 10년간 협상만 해서 얻은 소득이 뭐냐”는 것이었다.

 만일 우리가 협상을 멈추면 이스라엘이 해피할 것이다. 세계는 팔레스타인을 비난할 것이다. 우리는 아무런 선택지가 없다. 그러면 다음날 미국과 유럽연합, 심지어 아랍권 국가들조차 또다시 협상을 촉구할 것이다. 우리는 이런 딜레마 속에 처해 있다. 그레서 우리는 이스라엘이야말로 하마스의 최대의 지원자라고 말한다. 협상하는 것, 이게 우리의 유일한 옵션이다. 정말 답답할 지경이다.

라말라/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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