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가 치러진 이튿날인 28일 수도 하라레에서 국외 선거감시인단으로 참관한 주앙 베르나르도 드 미란다(왼쪽) 앙골라 외무장관이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과의 회담 중 문서를 전달하고 있다. 선거감시인단은 짐바브웨 유권자들이 무가베 대통령에 대한 항의 뜻으로 투표용지를 고의적으로 훼손했으며, 상당수가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마지못해 투표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하라레/AP 연합
야당 후보 츠방기라이 불참한 결선서 승리
부시 “사기극”…EU도 “제재 배제 않을 것”
부시 “사기극”…EU도 “제재 배제 않을 것”
짐바브웨의 ‘반쪽짜리’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가 예상대로 로버트 무가베 현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다.
야당의 유력 후보인 모건 츠방기라이 민주변화동맹(MDC) 총재가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210곳의 선거구에서 강행된 27일 선거에서, 무가베 대통령이 전지역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를 거뒀다고 29일 선관위가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마치 선거 결과가 미리 정해져있었던듯, 발표에 앞서 취임식을 기자들에게 공지하고 초청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국영 방송을 통해 무가베 당선이 발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통령 관저에서는 취임식이 열렸고 무가베는 곧장 새로운 임기를 시작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치른 이번 결선투표를 “사기극”으로 규정했다. 그는 정부 관료들에게 무가베 정권에 대한 새로운 제재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는 한편, 유엔 안보리를 통해 짐바브웨 관리들의 여행 금지 및 무기 금수 조처 등 강력한 조처를 취하도록 압박을 가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연합(EU)도 이날 성명을 내어 “최근 몇달 동안 전개된 비극적 사건의 책임자들에 대한 제재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웃’ 아프리카 나라들은 이런 제재 방안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27일 유엔 안보리에서 짐바브웨 결선투표를 ‘비합법’으로 규정하는 문제를 논의할 때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반대에 부닥쳐 유감을 표명하는 데 그쳤다. 이들은 제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케냐식 권력분점 가능성 등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책 모색을 강조했다.
짐바브웨에서는 지난 3월 치러진 대선에서 츠방기라이 총재가 47.9%의 표를 얻어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27일 무가베 대통령과 결선투표를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야당의 선거운동을 폭력적으로 억압하면서 지난 22일 츠방기라이 총재는 결선 불참을 선언했다. 짐바브웨 선관위는 그의 결선투표 불참을 수용하지 않은 채, 투표 용지에 무가베 대통령과 그의 이름을 나란히 기재하고 투표를 진행했다. 집계 결과 결과 투표율은 낮고, 무효표 비율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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