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베 철권통치 연장될 듯
츠방기라이 “공정선거 불가능”
짐바브웨의 평화적 정권 교체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짐바브웨 야당 민주변화동맹(MDC)의 모건 츠방기라이 총재는 22일 수도 하라레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처럼 폭력적인 상황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27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 불참을 선언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이끄는 짐바브웨아프리카동맹-애국전선(ZANU-PF)은 이날 “츠방기라이가 치욕적인 패배를 피하려고 사퇴한 것일 뿐”이라며 결선 투표 강행 뜻을 밝혀, 28년간 계속된 무가베의 철권통치 연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결선투표 불참 선언은 무가베 정권의 선거방해 행위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 3월 대통령 선거 이후 민주변화동맹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주민 86명이 살해됐으며, 20만명이 부랑자 신세로 전락했다고 야당은 주장한다. 그간 츠방기라이도 다섯 차례나 경찰에 구금됐다.
이날도 야당은 하라레에서 대규모 유세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여당 지지자들이 유세장을 점거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바람에 무산됐다. 당사에 들이닥친 경찰은 피신 중이던 여성·어린이 등 60여명을 끌고 갔다. 츠방기라이는 “야당 후보에게 투표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투표권을 행사하라고 할 수 없다”며 유엔과 아프리카 등 국제사회의 개입을 요청했다.
미국과 영국 등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짐바브웨 선거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압박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고든 존드로 대변인은 이날 “야당과 선거 감시단에 대한 분별 없는 폭력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며 “무가베가 짐바브웨 국민들을 계속 억압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동안 짐바브웨의 부정선거를 묵인해왔던 아프리카 국가들 사이에서도 무가베를 대통령으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14개국이 참여하는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의 의장국인 잠비아의 레비 무아나와사 대통령은 이날 “아프리카개발공동체가 짐바브웨 사태에 침묵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결선투표를 연기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현재 무가베를 대통령으로 공식 승인하지 않는 것 외에, 딱히 무가베를 압박할 ‘지렛대’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더 강력한 수단을 찾아내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군사행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제적 제재도 거론되지만, 짐바브웨가 이미 극심한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오히려 국민들의 고통만 심화시킬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그동안 짐바브웨의 부정선거를 묵인해왔던 아프리카 국가들 사이에서도 무가베를 대통령으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14개국이 참여하는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의 의장국인 잠비아의 레비 무아나와사 대통령은 이날 “아프리카개발공동체가 짐바브웨 사태에 침묵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결선투표를 연기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현재 무가베를 대통령으로 공식 승인하지 않는 것 외에, 딱히 무가베를 압박할 ‘지렛대’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더 강력한 수단을 찾아내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군사행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제적 제재도 거론되지만, 짐바브웨가 이미 극심한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오히려 국민들의 고통만 심화시킬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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