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층 담쌓고 호화 주거시설
‘하인’ 담 바깥 슬럼서 출퇴근
‘하인’ 담 바깥 슬럼서 출퇴근
최근 인도에서 대규모 폐쇄형 주거단지가 확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대도시 외곽을 중심으로 잇따라 등장한 이들 단지는 주위를 담으로 둘러싸고 사설 경비원을 고용해 단지내 치안을 유지한다. 학교를 따로 지어 운영하기도 한다. 열악한 인도의 전기·수도 사정도 이곳에서는 예외다. 수도 델리의 위성도시 구르가온 전역이 12시간 가량 정전에 시달릴 때에도, 교외에 위치한 폐쇄형 주거단지 해밀턴코트에서는 텔레비전·에어컨·엘리베이터 등이 정상적으로 가동됐다. 이곳 주민들은 대개 전문직 종사자들로, 최근 인도 경제의 고속성장으로 급부상한 신흥 중상류층이다. 치안이 형편 없고 사회기반시설이 미비한 개도국에서 부유층들이 별도의 주거지역을 형성하곤 하지만, 학교나 공공서비스까지 독자적으로 해결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이곳의 가정부·경비원 등 ‘하인’들은, 먼 통근거리 탓에 담 바깥에 거처를 마련하고 있다. 폐쇄형 주거단지 주변에 ‘슬럼’이 형성된 셈이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둔 양쪽의 풍경은 극단적으로 갈린다. 전기·수도 등 인프라나, 교육 등 국가 서비스에서 완전히 ‘다른 세상’이 공존하고 있다. 담 안의 부자들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여성·어린이들이 담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권장한다.
폐쇄형 주거단지는 고속성장 궤도에 오른 인도의 극심한 빈부격차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국민 4분의 1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사는 인도의 양극화는 중국과 자주 비교된다. 중국 또한 먼저 발전한 해안 주요 도시와 내륙 주민들의 소득격차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정부가 대형 공공투자를 통해 경제성장의 열매를 전체 사회계층으로 확산시키려 애쓰고 있다. 빈곤층도 깨끗한 물과 학교 교육 등 기본적 공공 서비스를 누리게 하는 중국에 비하면, 인도 정부의 대응은 굼뜨기 그지 없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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