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발발…군 지도자들 무가베 퇴진 막아
최고 180만%의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경제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짐바브웨에서 야당과 외부 세력에 대한 정부의 억압이 거세지면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실질적인 권력은 이미 로버트 무가베(82) 대통령한테서 군부로 넘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짐바브웨의 강경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실세는 콘스탄틴 치웽가 장군을 비롯한 군대와 경찰이라고 현지 서방 고위외교관의 말을 따 <인디펜던트>가 6일 보도했다. 이 외교관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군사 쿠데타가 있었으며 현재 짐바브웨는 군정이 지배하는 국가”라고 말했다.
28년 동안 짐바브웨를 지배해 온 무가베 대통령은 지난 3월 대선에서 야당의 츠방기라이 후보에게 패했으며, 과반 득표자가 없어 다음달 결선 투표를 앞두고 있다. 한 외교관은 “3월 선거 패배 뒤 정권을 넘겨줄 생각도 있었던 무가베 대통령이 권좌에 남아있도록 만든 것은 군·경 지도급들”이라며 “짐바브웨 독립 영웅인 무가베와 달리 군·경 지도자들은 대중적 인지도가 없기 때문에 무가베를 남겨두는 것”이라고 전했다.
야당인 민주변화동맹(MDC)의 대통령 후보인 모건 츠방기라이는 선거운동 금지 명령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지난 4일에 이어 6일에도 무장경찰에 연행됐다 풀려났다. 짐바브웨 경찰은 앞서 5일 미국과 영국 외교관들을 억류했다가 풀어줬다. 또 같은날 짐바브웨 노동·사회복지 장관은 구호단체 및 비정부기구에 서한을 보내 “모든 현장활동을 중지”하고 “인가를 다시 받으라”고 통보했다. 짐바브웨 정부는 외교관들과 구호단체 직원이 야당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구호단체들은 이런 조처가 식량 배급이 필요한 400만명 짐바브웨 주민들의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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