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정부군-남부 반군, 산유지 ‘아브예’ 장악하려 교전
20여년에 걸친 내전으로 많게는 200만명이 목숨을 잃은 아프리카 수단이 휴전 3년여 만에 다시 내전 위기로 치닫고 있다.
아랍계 무슬림 주축의 북부 정부군과 기독교 원주민 중심의 남부 반군이 지난주부터 중부 아브예에서 격렬한 충돌을 벌여 양쪽에서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10만여명이 피난길에 올랐다고 26일 <워싱턴 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최근 며칠새 아브예에선 집과 관공서는 물론 시장·학교·병원·상점 등이 불탔으며, 정부군이 닥치는 대로 약탈을 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반군 수단인민해방운동(SPLM)의 파간 아뭄 사무총장은 <아에프페>(AFP) 통신에 “지금 상황은 내전 위기다. 유일한 해결책은 양쪽이 무장병력을 철수하고 유엔 평화유지군이 들어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관리들과 목격자들은 친정부 세력이 아브예를 무력으로 장악하기 위한 체계적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북부군이 아브예에 들어오면서 양쪽은 박격포까지 동원한 교전을 벌였다. 내전 재발의 발화점으로 지목돼온 아브예는 양쪽을 정치·인종·경제적으로 구획짓는 경계인 동시에, 지난해에만 5억2900만달러 상당의 산유 수입을 낸 유전지대다.
한국-아랍 소사이어티 발족식 참석차 방한한 하산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은 27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내전 사태는 오랜 가뭄에 따른 대규모 인구이동 과정에서 촉발된 환경 문제”라며 “수단에 적대적인 강국들이 근거 없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