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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남아공 ‘외국인 혐오 폭동’ 왜?

등록 2008-05-20 21:03

일자리 뺏긴 흑인 빈민층 폭발
양극화 심화·높은 실업률속
백인 고용인들 이주민 더 선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수도 요하네스버그 외곽에서 시작된 아프리카 인접국 이주민에 대한 폭력 사태가 가라앉기는커녕 곳곳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태가 발생한 지 일주일을 넘긴 19일에도 이주민 밀집지역에선 무차별 구타와 성폭행, 방화와 약탈이 계속됐다고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번 사태는 남아공의 빈부 양극화, 높은 실업률, 빈약한 사회복지, 만성적 범죄 등 사회·경제정책의 총체적 실패에서 비롯한 ‘예고된 비극’의 성격이 짙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일 “엘리트 지배계층이 더욱 부유해진 반면, 도시 빈민의 고용과 생활환경은 개선되지 않은데다, 정부가 자국 흑인들을 인접국에서 주택과 일자리를 찾아 들어온 이주민들과 경쟁하도록 내버려둔 결과”라는 정부 비판자들의 지적을 인용했다. <뉴욕타임스>도 이날 “아파르트헤이트(흑백분리정책)가 종식된 뒤로 기술이 있거나 정치적 끈이 닿는 일부 흑인들은 부자가 됐지만 빈부 격차는 더욱 커졌으며, 공식 실업률이 23%에 이르고, 주택 문제는 개탄스러울 정도”라고 보도했다.

남아공에서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지난 3월에도 소말리아·짐바브웨·파키스탄 이주민 등 7명이 살해됐으며, 앞서 1월에는 소말리아 출신의 상점 주인이 피살됐다. 그러나 극단적인 적개심과 폭력행위는 짐바브웨 이주민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더욱 증폭됐다. 짐바브웨 이주민들의 교육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고 영어를 잘 구사하며 남아공 국민보다 열심히 일해 지역의 고용주들에게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남아공 원주민, 특히 흑인 빈민층은 한정된 자원을 이주노동자들이 차지한다는 피해의식이 크다. 타펠로 음고키는 “우리는 정부가 뭔가 조처를 취해주기를 기다렸으나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나섰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주민 조지 부이센은 “백인들은 적은 임금에도 열심히 일하는 외국인을 고용한다. 남아공 국민은 권리를 주장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쫓겨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3년 전 어린 두 딸과 함께 짐바브웨에서 남아공으로 온 그레이스 무젠다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항상 우리를 증오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했다”며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이곳에 머물 수도 없는데 어떡해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는 19일 “그들(인접국 이주민)은 남아공 흑인들이 백인들의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싸울 때 지지했던 형제자매들이다. 우리의 투쟁을 지금의 폭력 행위로 불명예스럽게 할 수는 없다”며 당장 폭력을 멈출 것을 호소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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