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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남아공 폭동’ 인종차별 피해자들 ‘외국인 폭행’ 가해자로

등록 2008-05-19 21:56수정 2008-05-20 02:24

반외국인 폭동이 일어난 남아공 수도 요하네스버그 남부의 라이거 파크에서 18일 경찰이 한 폭동 피해자의 몸에 붙은 불을 끄고 있다.  요하네스버그/AP 연합
반외국인 폭동이 일어난 남아공 수도 요하네스버그 남부의 라이거 파크에서 18일 경찰이 한 폭동 피해자의 몸에 붙은 불을 끄고 있다. 요하네스버그/AP 연합
‘남아공 폭동’ 일주일 넘게 계속
최소 22명 사망…이주민 3천여명 긴급 피난
도심 무법지대 변해…대통령 진상조사 지시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를 종식시킨 지 14년 만에 ‘제노포비아’(외국인혐오)의 공포로 얼어붙고 있다.

남아공의 수도 요하네스버그와 인근 지역에서는 주변 아프리카 국가 이주민을 겨냥한 대규모 폭동사태가 일주일째 계속되고 있으며, 지난 16일 이후에만 적어도 22명의 외국인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이 19일 일제히 보도했다.

18일 요하네스버그에서는 야구방망이와 흉기로 무장한 남아공의 젊은 군중들이 한 이주민 주거지역을 덮쳐 판잣집에 불을 지르고 소지품을 약탈했으며 이웃 나라에서 온 이주민을 상대로 몽둥이를 휘둘렀다. 주말인 17일 밤 사이 클리블랜드 지역에서만 5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 중 2명은 산 채로 불태워졌으며 나머지는 맞아 죽었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이날 짐바브웨 난민 1천여명이 대피한 교회도 공격을 받았다. 난민들은 교회 안에 벽돌을 쌓아 공격에 대비했으며, 경찰은 고무탄을 쏘며 무장한 남아공 젊은이들과 맞서는 등 도심 곳곳이 사실상 무법지대로 변했다. 짐바브웨 난민인 에머슨 지소는 <에이피>(AP)통신과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짐바브웨 이주민들이 다시 돌아가고 싶어한다. 경찰과 군인도 폭동을 통제하지 못한다” 고 치를 떨었다.

<데페아>(dpa) 통신은 19일 “모잠비크 이주민들이 모여살던 라이거파크에서도 예닐곱 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경찰은 성난 원주민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실탄을 발사했다”는 요하네스버그 경찰당국 간부의 말을 전했다. 경찰은 폭동이 시작된 11일 이후 지금까지 200여명을 체포했다. 남아공 적십자사는 3천여명의 난민이 최근 들불처럼 번진 폭력사태로 주거지에서 피신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남아공의 경제 침체와 높은 실업률, 만성적인 범죄로 시달리던 남아공의 사회적 모순이 외국인에 대한 적개심으로 폭발된 것으로 풀이된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경제국으로, 아파르트헤이트가 철폐된 1994년 이후 짐바브웨·모잠비크·말라위·소말리아 등 주변국에서 수백만명의 이주민들이 일자리와 피난처를 찾아 몰려들었다. 정치·경제적으로 사실상 붕괴 상태인 짐바브웨 난민만 3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타보 음베키 대통령은 폭력사태의 진상 조사를 위한 특별팀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제이콥 주마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총재는 “우리는 남아공이 제노포비아로 악명이 높아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폭동 가담자들을 비난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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