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친서방 정부와 무력 충돌서 압승 힘 과시
빈민층의 탄탄한 지지 바탕 제도권 정치도 진출
빈민층의 탄탄한 지지 바탕 제도권 정치도 진출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중동 정세의 핵심 상수 입지를 다시 굳혔다. 서방과 이스라엘로부터 테러집단이란 비난을 받아온 시아파 정치·군사조직인 헤즈볼라가 최근 친미·친서방 성향의 정부를 지지하는 세력과의 무력충돌에서 베이루트를 장악하며, 레바논을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헤즈볼라는 무장충돌 나흘 만에 수도 베이루트 주요 지역과 외곽뿐 아니라, 친정부 드루즈파의 본거지인 알레이까지 장악하는 힘을 과시했다. 이스라엘은 최근 각료회의에서 “레바논은 이제 헤즈볼라 국가로 보아야 하며, 레바논 정부는 허상일 뿐”이라는 발언이 터져나왔다고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가 전했다. 이스라엘의 전 참모총장 암논 리프킨 샤하크는 “헤즈볼라의 합법적 통치 아래서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오히려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훨씬 쉽게 공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전쟁을 주장했다.
이미 헤즈볼라는 2006년 7월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맞선 한 달 간의 전쟁에서 이스라엘군의 파상공세를 물리치며 무시할 수 없는 군사력을 과시했다.
당시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 전쟁을 “새로운 중동을 탄생시키기 위한 산통”이라며 노골적으로 이스라엘을 두둔하고 승리를 확신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당시 <워싱턴 포스트>는 “헤즈볼라가 이번 교전으로 세계 최고의 공격력을 갖춘 게릴라로 주목받고 있다”며, “현대식 무기에 신앙심으로 뭉친 열정과 비밀스런 조직 운영, 엄격한 훈련, 풍부한 자금과 레바논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이스라엘군의 집중포화에 굴하지 않고 저항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헤즈볼라는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의 중동전략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인남식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미국은 이라크 전쟁의 명분이 근거없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민주주의의 확산’을 통해 중동지역을 안정화하려는 ‘확대 중동 구상’을 내놓았으나, 이는 오히려 헤즈볼라와 하마스 같은 팔레스타인 무장독립 운동단체들이 제도권의 합법적 정치세력으로 성장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현 상황만으로 헤즈볼라가 레바논의 정치적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보기는 이르며, 앞으로 대통령 선거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 타임스>는 15일 사설에서 “부시 대통령이 시리아 및 이란과의 협상을 완강히 거부함으로써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켜 왔다”며 “레바논의 현 집권여당을 도우려면 시리아와 이란의 헤즈볼라 지도자들과 대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헤즈볼라는 1980년대 초반 레바논 내전 당시 이란의 이슬람혁명을 이끌었던 아야툴라 호메이니를 따르는 시아파 무장단체로 창설됐다. 1985년에는 레바논에서 서구 식민주의를 근절하고 이슬람 국가를 세운다는 강령을 채택했으며, 이스라엘을 없어져야 할 ‘불법적 실체’로 규정해 지금까지 크고 작은 무력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헤즈볼라는 이란과 시리아의 지원으로 군사력을 키워 온 데 더해, 레바논 빈민층을 중심으로 교육·의료 등 광범위한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민중들의 탄탄한 지지를 얻고 있다. 2005년 총선에선 35석을 얻으며 제도권 정치에도 진출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헤즈볼라는 이란과 시리아의 지원으로 군사력을 키워 온 데 더해, 레바논 빈민층을 중심으로 교육·의료 등 광범위한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민중들의 탄탄한 지지를 얻고 있다. 2005년 총선에선 35석을 얻으며 제도권 정치에도 진출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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