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위기 한숨 돌려…시아파 정국 주도권 잡아
레바논 정국을 위기로 몰고 갔던 ‘반 헤즈볼라’ 조처들이 철회돼, 내전으로 치닫던 사태에 숨통이 트였다.
<에이피>(AP) 통신은 14일 레바논 정부가 시아파 무장세력 헤즈볼라의 통신망 폐쇄 조처와 헤즈볼라와 연계된 공항 보안 책임자의 파면 조처를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가지 아리디 공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조처로 지난 18개월 동안 정국을 마비시켜온 야당과의 대치 상태를 풀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레바논 정부의 이날 결정은 고위급 아랍연맹(AL) 대표단의 중재 뒤에 나온 것이다. 아랍연맹 대표단은 야권 그룹을 이끌고 있는 나비 베리 국회의장과 푸아드 사니오라 총리를 잇달아 만나 양대 정파가 권력을 분점하는 거국 내각을 구성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중재안을 내놓은 바 있다.
<에이피> 통신은 정부의 이번 결정은 헤즈볼라에게 큰 승리를 안겨준 것으로, 시아파가 이끄는 야당이 정부와의 권력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헤즈볼라의 지지자들은 정부의 발표 직후 수도 베이루트 거리로 쏟아져 나와 공중에 총을 쏘며 조처 철회를 축하했다. 헤즈볼라는 정부의 결정이 나오자 베이루트로 향하는 도로 봉쇄를 풀고 대정부 시민 불복종 운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정부에 새 정부 구성에 관한 정치적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지난 7일, 레바논 정부가 헤즈볼라의 대 시리아 통신망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친 헤즈볼라 성향의 베이루트 공항 보안 책임자를 파면했다. 이에 헤즈볼라는 베이루트 서부를 장악하는 등 무력으로 맞섰다. 친-반정부 세력 사이 교전이 계속돼 적어도 54명이 숨지는 등 사태가 확산되자, 레바논에서는 1975~90년 내전 이후 또다시 내전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져 왔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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