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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건국 60돌 이스라엘 국민 “평화 확신 못해”

등록 2008-05-07 22:16수정 2008-05-07 22:21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가 6일 건국기념 행사 도중 예루살렘의 ‘총알언덕’에서 쓰러진 병사들을 기리며 꽃다발을 놓고 있다. 예루살렘/AP 연합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가 6일 건국기념 행사 도중 예루살렘의 ‘총알언덕’에서 쓰러진 병사들을 기리며 꽃다발을 놓고 있다. 예루살렘/AP 연합
향수 자극 TV 프로그램 봇물…“현재 공허함 때문”
평화협상, 요르단강 서안 점령지 반환 면적 이견
이스라엘이 유대력으로 8일(서기력으로는 5월14일) 건국 60돌을 맞았다. 민족 최대의 기념일을 맞는 이스라엘 국민들의 표정엔 자긍과 냉소, 희망과 비관이 뒤섞여 있다. 지난 60년 동안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경제적 풍요를 일궈냈지만, 팔레스타인과의 분쟁으로 평화와 안전은 멀어져만 간다.

<에이피>(AP) 통신은 “건국 60돌을 맞은 이스라엘이 옛날의 향수에 젖어 있다”며 “자부심은 대단하지만, 희망을 가져야 할 것들에 대해선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역사학자인 톰 세게프는 “오늘날 대다수 이스라엘 사람들은 더이상 평화를 믿지 않는다. 지금은 10년 전인 건국 50돌 때와는 다르다”고 단언했다.

요즘 이스라엘의 텔레비전에선 60년대 중동전쟁과 키부츠에 관한 빛바랜 추억이 담긴 영상자료들을 보여주고, 라디오 방송은 과거 히트곡부터 최신곡까지 인기가수들의 노래들을 들려주느라 바쁘다. 인기 힙합그룹의 간판스타인 샤난 스트릿은 예루살렘의 분위기를 “환갑을 맞은 사람에게 파티를 열어주고 젊고 좋았던 시절의 슬라이드쇼를 보여주는 것 같다”며 “현재는 별 볼일 없고 미래는 공포스럽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고 말했다. 20년 가까이 ‘양질의 정부 운동’이란 시민단체를 이끌었던 엘리아드 샤르가는 “과거에 대한 향수는 현재의 공허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과거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간 <예디오트 아하로노트>의 최근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1%가 이스라엘에서 사는 것이 “그런대로” 또는 “아주” 좋다고 답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 하마스 무장독립운동 세력에 대한 초강경 대응과는 별개로, 아바스 자치정부와의 평화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랍계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6일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5일 회동에서 팔레스타인 독립국의 국경 문제와 관련한 주목할 만한 진전이 있었다”고 이스라엘의 한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협상팀 관계자도 “회담이 매우 진지하고 솔직했다” 며 “양쪽이 (각자가 생각하는 미래 국경안에 대한) 지도를 교환했다”고 확인했다.

양쪽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돌려줘야 할 요르단강 서안 점령지의 면적을 놓고 견해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팔레스타인의 한 관리는 이견을 인정하면서도 “그 지도들은 양쪽이 최종 국경선에 대한 합의에 더 접근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상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지난주 양쪽의 최고 지도자들을 만나 협상 진전을 촉구하고 돌아간 뒤 나온 것이어서 향후 추이가 더욱 주목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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