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극단주의 주입”…단체들 “관련 없다”
30일 새벽, 이스라엘군을 태운 트럭들이 요르단강 서안 헤브론시에 있는 한 팔레스타인 자선단체의 정문 앞에 멈춰섰다. 군인들은 이 단체가 설립한 여자기숙학교의 정문을 따고 들어가 학교 옆 작업장에 있는 모든 물건을 압수했다. 15명 고아 소녀들은 유일한 수입원이었던 재봉틀도 빼앗겼다. 군인들은 이곳이 팔레스타인 하마스 세력의 폭력 사상을 주입시키고 있다며 3년 동안 폐쇄한다고 통보했다. 이스라엘군은 재봉공장과 기숙학교, 빵집 등 이 단체의 모든 시설을 폐쇄할 계획이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팔레스타인 자선단체들에 대한 탄압이 심해지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마무드 아바스 대통령은 서안에서 하마스의 무력투쟁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고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전했다. 아바스 대통령은 이스라엘과의 협상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 하마스와 계속 마찰을 빚어왔다.
이스라엘이 표적으로 삼은 이슬람자선협회(ICA)는 6400명의 아이들에게 무료 교육과 식사, 배급표를 제공하는 대표적 자선단체다. 헤브론에서 아이 11명을 키우며 살아가는 나이파 샤타트에게 이 단체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남편을 잃은 샤타트는 “어린 두 딸을 기숙학교에 맡기고 있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 아이들을 보살필 수단이 없기 때문에 결혼시켜 내보낼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하바스가 교육에 투자하는 것은 극단주의자들을 기르기 위한 목적”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이슬람자선협회의 한 간부는 “우리는 하마스의 전위 조직이 아니다”라며 “하마스가 조직되기 5년 전인 1962년에 이스라엘 정부의 승인을 받아 만들어진 단체”라고 반박했다. 현지에서 활동 중인 평화단체의 캐나다인 자원봉사자인 아트 아버(65)는 “자선활동이 하마스와 관련돼 있다는 증거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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